美 테이퍼링 속도↑…韓 8월 금리 인상 '뒷받침'
美 테이퍼링 속도↑…韓 8월 금리 인상 '뒷받침'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07.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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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테이퍼링 시행 무게…美 금리인상 시기도 단축
경기 회복·물가 상승·외부 여건…韓 금리 인상 '삼박자'
(사진=미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동영상 화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현지 시간 28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FOMC 회의는 테이퍼링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 첫 회의"라고 말해, 테이퍼링 도입 논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처음 확인했다. (사진=미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동영상 화면)

美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현행 '제로금리'수준의 기준 금리를 유지키로 한 가운데, 파월 미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이에 따라 미 테이퍼링 시기가 단축되면서, 당초 미 통화당국이 예상했던 금리 인상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지 시간 28일(우리 시각 29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날 FOMC 회의는) 자산매입 변경 시점, 속도와 구성 등 테이퍼링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 첫 회의였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 논의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주요 투자 은행은 테이퍼링 시기가 빨라졌다는데 대체로 무게를 두고 있다.

JP모건은 "연준의 12월 공식 발표 뒤 내년 1월 실시 전망을 예상하지만, (이날 회의로) 11월 발표 뒤 12월 실시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시티(CiTi)그룹은 "정책결정문상 'in coming meeting(향후 회의 시)'라는 표현이 추가된 것은 9월 FOMC 등 모든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해석하고 9월 테이퍼링 발표를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역시 당초 연내 예상보다 빠른  11월 발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테이퍼링 도입 시기가 빨라졌다는 분석에 美 기준 금리 인상 역시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단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에 금융위기 당시에도 테이퍼링을 시행하고 6개월 이내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미국이 테이퍼링을 하면, 곧 금리를 올리겠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신호나 시기가 우리나라 기준 금리 인상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다보니 이번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논의된 것에 대해 우리 통화당국과 금융당국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29일 오전 서울시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29일 오전 서울시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29일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향후 주요국 경제의 개선속도 및 코로나19 전개 상황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 방안을 상시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같은 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주요 통화당국 움직임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 회복세와 물가 상승 등 내부적인 상황은 물론 미 통화당국의 움직임 등 외부 여건도 금리 인상에 고려해야 할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현재 상황 대부분이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빠르게 하면 할수록 우리 통화 당국이 금리 인상과 관련해 실기(시기를 놓침)했다는 것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통화 당국의 신뢰성을 위해서라도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단 관측도 있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교수는 "약 두 달 전에 이주열 총재가 (금리 인상을) 이야기했을 때에는 (시장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됐지만, (총재가 금리 인상과 관련해) 너무 많이 이야기했다. 그렇다 보니까 이제와서 안하면 말 그대로 '양치기 소년'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날(2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동산 대국민 담화 역시 8월 기준금리 인상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홍 부총리는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시행하게 되며, 대외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이례적으로 통화 정책에 대해 언급한 점 역시 시장에서는 8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