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차 유행·금리 인상…진짜 포용 필요
[기자수첩] 4차 유행·금리 인상…진짜 포용 필요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07.2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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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통화정책을 이끄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월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 변화를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세계 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도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코로나19 발발 뒤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췄던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그동안 역대 최저 금리로 인해 빚을 내 자산투자에 나섰던 이들이 적지 않아 금융불균형이 심각해진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은 타당해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7월 현재 우리 경제 가계부채 규모는 1936조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국내총생산(GDP) 1933조원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GDP는 전년도 2.2% 성장에서 -0.9%로 축소됐고, 민간소비도 2.1%에서 -5.0%로 위축됐다. 

이런 가운데 가계부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4.1% 증가)보다 이후인 2020년(7.9%) 증가세를 키웠다.

눈여겨볼 부분은 가계부채가 어디서 늘었냐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기업 대출 잔액은 1022조1000억원으로, 1년 반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153조1000억원(17.6%) 증가했다.

이 가운데 44%에 달하는 66조9000억원을 자영업자가 빌렸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1년6개월간 자영업자 대출액이 36조4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30조5000억원(83.8%)이나 급증한 수치다.

이에 따라 2019년 말 338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자영업자 은행 대출 잔액도 작년 말 386조원으로 47조원이나 껑충 뛰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도 계속 늘어 지난 5월 말에는 역대 처음으로 자영업자 빚이 400조원을 넘긴 402조2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거리두기가 일상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빚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빚더미에 올라선 자영업자에게는 말 그대로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6월 말부터 확산된 코로나19 델타 변이바이러스로 인해 거리두기 4단계마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는 "현재 자영업자 상황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하다"며 "집단 면역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4단계 연장으로 사라졌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와 함께 대출금 일시 상환 여력도 없어 고정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계 문을 여는 곳도 적지 않다. 

오는 9월 종료가 예정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그동안 많은 자영업자가 희생을 감내해왔다. 그런 만큼 정부는 그들의 희생을 보듬어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그때가 코로나19 4차 유행이 진행 중인 바로 지금이다. 

하루라도 빨리 답을 내는 것이 자영업자들이 하루라도 더 편히 발을 뻗고 잘 수 있도록 돕는 길이다.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