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중도·진보권 인사 연이어 독대… "일관되게 걸을 것"
윤석열, 중도·진보권 인사 연이어 독대… "일관되게 걸을 것"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7.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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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반기문 만나 탈원전·안보·기후변화 등 대화
제2의 반기문 지적에 "그때와 상황 다르다" 자신감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15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반기문 재단에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예방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15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반기문 재단에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예방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보수·중도·진보권 인사와의 접촉을 늘리면서 정치권 외연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탈원자력·소득주도성장·안보·부동산 등 문재인 정부 약점을 공략했지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국민과의 접촉에 한계를 받자 '독대'로 전략을 선회한 양상이다.

윤 전 총장은 15일 반기문 전 국제연합(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했다. 윤 전 총장은 "진즉 찾아 뵙고 가르침도 받고 해야 하는데, 많이 늦었다"라고 인사했고, 반 전 총장은 "오늘 처음 뵀는데, 언론을 통해 많이 뵀기 때문에 아주 오래 안 분 같다"고 화답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검찰총장으로 많은 노력을 하셨고, 공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한 것에 대해 치하한다"라며 "대통령 예비후보로 등록하셨던데, 상당히 분망하셨을 텐데도 여기까지 찾아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다만 "아마 앞으로 많은 어려움과 난관이 있을 것"이라며 "일단 예비후보로 등록하셨고,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뜻을 발표하셨으니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열심히 하시면 유종의 미를 거두지 않을까, 국민 신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윤 전 총장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국가 안보라는 것은 어느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고, 국민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안보태세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방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 동맹체제가 매우 중요하다, 오랜 전통인 한미 간의 확고한 안보동맹을 잘 유지해 이를 기초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등의 조언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 전 총장은 또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도 '늘 일관성 있는 원칙과 예측 가능성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추진해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고, '국가를 경영할 때도 지속가능한 성장, SDGs(지속가능개발목표)를 유념하고 저개발국 지원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대한민국 국격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얘기도 나눴느냐' 묻자 "많이 나누진 않았다"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후협약 문제, 탄소중립정책과 탈원전 등에 대한 얘길 주로 나눴다"고 소회했다. 정당 밖에서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에 대한 조언도 따로 없었다는 게 윤 전 총장 설명이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을 두고 지난 대선 때 반 전 총장 거취와 유사하다고 본다. 반 전 총장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여러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고, 특정 정당에 가입하지 않고 제3지대에서 대선을 준비했다. 

보수 성향을 띄는 반 전 총장은 하지만 뚜렷한 정책이나 국정운영 구상을 제시하지 못한 채 중도 하차했다. 이 때문에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윤 전 총장도 대권가도가 막힐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윤 전 총장은 반 전 총장 대선 중도하차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지 묻자 "당시 사정 같은 얘길 하셨는데, 갑작스러운 사정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때문에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라고 일축했다.

덧붙여 "그 외에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며 자신을 향한 '제2의 반기문'이란 비유에 대해서도 "비판은 자유니 얼마든지 존중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국민의힘 입당이 늦어져 보수·야권 지지자 안에서 피로감이 나오고 있단 지적을 두고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분명히 손해가 있더라도 제가 한 번 정한 방향에 대해선 일관되게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지지율이란 게 하락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정계 원로나 장외 인사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만난 데 이어 최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등 중도·진보권 인사도 두루 만났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