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합의→번복'… 이준석, 한달 만에 '시험대'
홍남기 "동의 안해… 정치 따라가는 것 아냐" 또 반대
여야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도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2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깜짝 합의를 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민의힘이 사실상 합의를 번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에 민주당은 13일 '공식 합의'였다며 '100% 전국민 지급' 방향으로 추경안 심사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심사 과정에서 '전국민 지급'에 반대할 경우 양당 대표간 합의문을 내세우며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SNS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선별이냐 보편이냐, 기본소득이냐 아니냐'이런 이념 갈등으로 접근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대표의 결단을 존중하고 뒷받침했으면 한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삶에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여야 대표간의 정치적 합의가 이렇게 가벼워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과 있는 7월 국회를 위해서는 추경과 법안이라는 두 바퀴를 함께 굴려 나가야 한다"면서 "수술실 폐쇄회로TV(CCTV)법, 사회서비스원법, 언론개혁법 등 민생 법안도 속도감 있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고 했다.
당사자인 이 대표도 BBS 라디오에서 "선별지급, 선별지원이 당론"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당내 반발에 밀려 여야 대표간 합의를 번복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대변인 발표 때도 '각 당에서 협의를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취임 한 달여 만에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SNS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런 식의 판단, 실망스럽다"며 "송영길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전국민 지급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여야 합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에 대해 "길은 정치가 내고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홍 부총리는 "재정 운용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상위 20% 계층은 소득 감소가 거의 없었던 만큼 하위계층에 줄 돈을 줄여서 5분위 계층에 줘야 한다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난지원급 지급 논의 때마다 전 국민 지원이 아닌 피해·취약 계층에 대한 선별지원을 강조해왔다.
이처럼 여야정이 모두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 결정까지는 극심한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