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외 유동성 높다" 발표에 전문가 경고 "경제 낙관 일러"
정부 "대외 유동성 높다" 발표에 전문가 경고 "경제 낙관 일러"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7.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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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밥상 물가상승률 전년比 12.6% 올라 30년새 '최고치'
33조 규모 2차 추경 대부분 '현금성 지원'…인플레 우려 커져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환 건전성 협의회'를 주재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환 건전성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해외 수출이 개선되면서 우리나라 외화 유동성이 안정적인 수준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밥상 물가상승률이 30년새 최고치를 기록했고,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유동성이 풀리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대외 유동성과 건전성만으로는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2차관은 6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1차 외환건전성협의회'를 열고 "국내 외화유동성 상황은 차입 가산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등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대외채무가 늘어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및 한국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긍정적 시각에 따른 채권투자자금 유입이 주된 요인으로, 외환건전성 지표도 과거 추이나 다른 신흥국과 비교할 때 양호한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최근 국내 물가가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는데다, 국제유가도 치솟고 있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 상승률에 부담을 더할 우려가 있어서다.

우선 올해 상반기 밥상 물가상승률은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6월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전년 누계 대비 12.6% 뛰었다. 이는 2011년(12.5%)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이며, 상반기 기준으로는 1991년(1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도 2018년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 브렌트유 9월 인도분 선물은 1.1% 올라 배럴당 77달러에 거래됐다. 2018년 10월 이후 최고다. 또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약 3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1일 배럴당 75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WTI는 배럴당 1.56% 오른 76.33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이번 추경은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카드 캐시백 등으로 대부분 현금성 지원에 속한다. 이같은 소비진작책이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합쳐질 경우 물가를 밀어올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학계 등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외화 유동성이나 대외 건전성 만으로 국가 경제를 낙관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경제는 종합적인 시각으로 봐야한다. 선진국 백신 보급 영향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대외 건전성은 좋을 수 있겠지만, 지금 내수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2차 추경으로 유동성을 풀면서 인플레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도 "수출이 잘 된다는 것만으로 거시경제가 안정됐다고 판단하는 발상은 안일하고 위험하다"며 "현재 개인 부채는 국내총생산(GDP)보다 높고, 기업 부채와 정부 부채 증가속도도 굉장히 빠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적절한 금융·재정 정책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극복과정에서 손해를 본 자영업자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이들에 대해 채무를 탕감하고, 자산 가격 버블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을 앞당겨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