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전성시대-②] 정답 없는 차세대 기술경쟁 '후끈'
[전기차 배터리 전성시대-②] 정답 없는 차세대 기술경쟁 '후끈'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1.06.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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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리튬황·리튬메탈·나트륨이온 방식 고도화 각축전
배터리-완성차 동맹 가속…합작사 형태 설립 가속화

화장실에 다녀오는 5분 사이에 완충되는 전기자동차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기술경쟁도 그만큼 격화하고 있다. 배터리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본지는 전기차 배터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국내외 시장 현황과 우리 기업의 현주소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업은 차세대 기술경쟁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완성차 업체도 전기차 배터리 자체 탑재를 위한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 간 합종연횡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각 기업은 앞으로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원천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풀이된다.

◆업체별 리튬이온배터리 단점 보완에 사활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전고체·리튬황·리튬메탈·나트륨이온 배터리 등이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차세대 기술을 통해 배터리 용량·수명·에너지 밀도·안전성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채택한 배터리로 발화·폭발 위험이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구성 비교. [이미지=삼성SDI]
리튬이온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구성 비교. [이미지=삼성SDI]

현재 전고체 배터리 글로벌 선두주자로는 일본 완성차 제조사인 토요타가 떠오른다. 일본은 지금까지 배터리 경쟁에서 한국과 중국에 비해 보수적인 전략을 유지했지만 토요타를 필두로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넘보고 있다.

토요타는 1000개 이상의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 특허를 유럽 특허청(EPO)에 등록했다. 토요타는 2008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으며 2019년에는 일본 배터리 기업 파나소닉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토요타는 2022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인다.

국내선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지난해 8000억원을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등 개발 의지가 강하다.

삼성SDI는 오는 2023년 소형 셀, 2025년 대형 셀 검증을 마치고 오는 2027년 본격적인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세웠다.

중국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한창이다. 스타트업 니오(NIO)는 대만 배터리 업체 프롤로지움와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니오는 지난 4월19일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내년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칭다오에너지는 앞서 지난 2018년부터 10억위안(16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처음으로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리튬황·리튬메탈·나트륨이온 배터리도 주목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9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서 리튬황 배터리를 선보였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에 황화합물을 넣고, 음극재에 리튬금속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한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보다 가볍고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SK이노베이션의 리튬메탈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리튬메탈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 음극재 소재인 흑연·실리콘을 금속물질로 대체한 리튬메탈 배터리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1000와트시(Wh/L) 이상으로 크게 높인 게 특징이다.

중국 CATL은 고가의 리튬 대신 나트륨을 활용한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오는 7월 선보인다. CATL은 나트륨이 자원 고갈 우려가 적고 가격이 저렴해 대량 생산에 용이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결국 차세대 배터리 시장 판도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한 신기술 개발에 누가 먼저 도달하는지에 달렸다”며 “다만 어느 기업이 이를 실현할지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완성차 업계 배터리 내재화…요동치는 생태계

폭스바겐·포드·포르쉐 등 완성차 업계의 잇따른 배터리 내재화 선언으로 배터리 업계는 또 한 차례 술렁이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선언 배경에는 원가 절감과 공급 부족 리스크 해소가 꼽힌다.

판매 차종 라인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대거 변경되는 상황에서 제조원가의 40%에 육박하는 배터리를 외부에서 조달할 수만은 없어서다.

특히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한국·중국·일본에 대한 절대적인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고 배터리 자급자족을 위해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전기차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1740억달러(195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은 권역 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 정부 지원정책과 타국에 대한 견제 흐름과 맞물려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을 촉발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폭스바겐은 지난 3월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각형 배터리로 계획을 전환했다. 앞서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와 협력해 2030년까지 유럽에 240기가와트시(GWh) 용량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자체적으로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 CATL과 스웨덴 노스볼트를 겨냥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각형 배터리를 채택해 유럽과 더불어 가장 큰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시장에서 협업을 강화하면서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폭스바겐과 CATL·노스볼트 합작사 설립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GM △SK이노베이션-포드 △파나소닉-테슬라 △커스텀셀스-포르쉐 등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는 단순 협력을 넘어 동맹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다만,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이 배터리 업체에 미칠 영향은 당장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배터리 제조 산업 특성상 개발부터 양산 체계까지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생산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완성차 업체의 선택은 결국 동맹을 통한 합작사 설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교수는 “(아직 미국 진출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삼성SDI도 이런 형태의 미국 시장 진출을 고려해 시장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강점을 가진 업체들끼리 짝지어 전기차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체인저 기술 두고 의견 ‘분분’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기술 우위를 두고 의견은 분분하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도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가하면,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돼도 기술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배터리의 안전성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전고체 배터리를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앞으로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효율성이 낮다”며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만한 전고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리튬이온배터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와 전고체배터리는 안전의 지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교수는 “현 상황에서 단순히 정부 예산 비용을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지원 규모를 유지하되) 지원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배터리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