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사임 불똥, 재계 총수 '책임경영' 회피로
김범석 사임 불똥, 재계 총수 '책임경영' 회피로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06.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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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박삼구‧이호진- 구속수감 중 현실적으로 불가능 상황
김승연‧이재현‧장세주- 과거 수감후에도 복귀하지 않은 타입

이명희‧박성수‧박현주- 미등기임원에 회장 달고 그림자 경영
CXO연구소, CEO명함 총수 23명뿐 “중대재해법 시행시 우려”

김범석 쿠팡 전 의장 사임 논란 여파가 재계 총수들 책임경영 회피 이슈로 확대됐다. 대표이사나 사내 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려는 오너 경영자는 71대그룹 중 절반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은 구속 수감 중으로 대표이사를 맡지 못하고 있다. 이들 3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총수들은 책임경영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23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71개 기업집단 총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한 총수는 23명뿐이다. 71개 그룹 중 총수를 두고 있는 60곳만을 두고 조사해도 37명은 대표이사 명함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총수들 대표이사 직함 보유 현황.[그래프=CXO연구소]
총수들 대표이사 직함 보유 현황.[그래프=CXO연구소]

대표이사 타이틀이 없는 이유를 보면, 우선 현실적으로 맡을 수 없는 총수가 3명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박삼구 회장, 이호진 전 회장은 법적인 문제로 구속 수감 중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 회장은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와 조세포탈 혐의로 실형과 벌금형에 처했다.

이들과 달리 구속 수감 후 돌아왔음에도 대표이사에 복귀하지 않는 총수도 대표적으로 3명이 있다. 이재현 CJ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이다. 이들은 과거 구속 수감된 전례가 있지만 당시 사정으로 등기임원을 내려놓은 후 아직 대표이사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미등기임원이면서 회장 타이틀을 달고 그림자 경영을 하는 총수는 대표적으로 7명으로 나타났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을 비롯해 박성수 이랜드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유경선 유진 회장, 구교운 대방건설 회장 등은 등기를 하지 않은 미등기임원이다.

그룹 경영에서 이미 손을 떼 대표이사 직위를 내려놓은 총수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표적으로 정몽준 현대중공업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김재철 동원 명예회장 등이다.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도 그룹 총수로 지정됐지만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이사와 같은 등기임원 타이틀도 없다. 네이버와 비슷한 넥슨 김정주 창업자가 계열사 엔엑스씨(NXC)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총수들 등기임원 현황.[그래프=CXO연구]
총수들 등기임원 현황.[그래프=CXO연구]

반면 비교적 책임 경영을 잘 실천하는 총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각각 현대자동차와 LG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와 기아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도 각각 3곳, 2곳, 2곳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가장 많은 총 4개의 대표이사 명함을 갖고 있는 총수로 자리매김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너 경영자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등을 맡으며 책임 경영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내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 그룹 오너가 현재 맡고 있는 계열사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려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제도적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책임경영 회피 논란 중심에 선 김범석 전 의장은 지난달 31일 국내 법인인 쿠팡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난 17일 김 전 의장의 사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일각에서 김 전 의장이 화재가 발생하자 책임지지 않기 위해 사임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쿠팡 측은 “사임 등기가 완료돼 일반에 공개된 시점에 공교롭게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며 사임과 화재와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한 상태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