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락가락 정책…신뢰 잃는 정부
[기자수첩] 오락가락 정책…신뢰 잃는 정부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06.20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최근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정부는 작년 8·4 대책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태릉CC와 용산캠프킴, 서울지방조달청 부지 등 도심 내에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과천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과천은 현재 조성된 주택 규모에 맞게 기반시설이 정비된 상태라며 해당 부지를 공원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의 반발은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정부과천청사 부지 대신 인근 과천지구와 다른 지역에 총 4300가구를 짓겠다고 공급 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과천 주민들은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다른 택지 개발지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릉CC 부지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훼손 및 교통난 우려 등이, 용산캠프킴 부지도 도시 불균형 및 교통 문제 등이 제기되며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태릉CC 부지가 있는 노원구는 국토교통부에 원래 공급계획인 1만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공급물량을 축소하는 안을 건의한 상태다.

이미 과천에서 한발 물러난 선례를 남긴 정부가 나머지 지역에서는 계획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느 지역은 주민 반발을 수용하고, 어느 지역은 반발에도 계획을 밀고 나가는 것은 지역 차별이라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8·4대책은 기존 정부 계획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8·4대책이 흔들릴 경우, '역대급 공급'이라 홍보했던 2·4대책은 물론, 나머지 공급 대책들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당 대책들을 발표할 당시에 제기됐던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결국, 충분한 고려 없는 설익은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성급한 정책 추진에 따른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 급한 정부 스스로가 정책 신뢰성을 깎아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1년도 남지 않은 임기 중에 부동산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건 사실상 무리다. 앞으로 더 이상 부동산 관련 추가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발표한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신뢰를 잃은 정부와 정책은 시장에 혼란만 더할 뿐이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