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우린 어버이 잃은 고아"
민주당 “우린 어버이 잃은 고아"
  • 장덕중기자
  • 승인 2009.08.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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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투쟁 등 일정 중단 상주 자처 서거정국에 집중
한나라 “DJ 업적 높이 평가”…화해 모드 조성 나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삼일째인 20일 민주당은 애도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내심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당 안팎에서는 나라의 '큰 어른'이자 민주당의 '어버이' 같은 존재였던 김 전 대통령 서거에 정략적 목적을 가진 활동을 금기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18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공식 발표되자 장외투쟁 등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상주를 자처하는 등 서거정국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어버이를 잃은 것처럼 황망하고 허전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더불어 민주당의 뿌리와 정신인 두 전직 대통령을 잃었다.

국민의 참담한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통함을 감추지 않았다.

정세균 대표도 지도부 긴급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이제 고아가 됐다"고 허탈해하며 슬퍼했다.

민주당은 또 중앙당 및 시도당 각 지역위원회 사무실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한편 영등포 당사에 상황실을 두고 장례와 관련한 대책, 일정, 지원방안 등을 신속하게 마련키로 방침을 정했다.

한 예로, '국장'을 원하는 유가족측 입장에 난색을 표한 정부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큰 업적에 비춰 국장이 당연하다"며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 대표 등 당 지도부는 19일 당초 예정된 당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았다.

이어 문상객을 맞이하며 '상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들과 소통하는 민주당의 모습이 향후 정국을 이끄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평생동안 이룩하려고 노력해 온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관계 발전이 민주당의 모토와 맞닿아 있는 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부분들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이를 활용할 경우 정국 주도권 확보가 용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사실상 '마지막 연설'이 된 지난 6월 11일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살아나고 있고, 빈부 격차가 역사상 최악으로 심해졌고, 전쟁의 길(위협)이 있다"고 현 정부를 호되게 질책하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모두에게 '양심대로 행동할 것'을 강력하게 독려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진영에 대한 재평가 작업과 함께 민주당의 주가가 상승,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추월하기도 했다.

이에 정국 주도권 확보가 가능할 경우 민주당은 당 내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등원론의 명분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0월 재보선 '승리'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이은 김 전 대통령 서거정국이 오히려 민주세력 통합과 민심 끌어안기의 계기로 작용, 정국 향배에서 우위를 선점하게 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한나라당은 DJ의 생전 업적에 대해 전례없이 높은 평가를 내놓으면서 정국의 화해 모드를 조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지난 19일"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것은 큰 정치적 손실이라"며 "고인이 줄기차게 집념을 불태우던 남북통일에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20일 자신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입당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국회로 빈소가 마련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 여야가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국회를 운영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다른 길을 걸었으면 어찌 됐을까 가끔 생각해보지만 정치가 우연적 요소에도 많이 좌우된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며 "당시 국민회의에 동교동 자택까지 초청해 날 영입해주려던 그분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아직 전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와 함께 "오늘 국회에 빈소가 마련돼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민의의 정당인 만큼 이곳에 빈소가 마련되는 게 좋다고 본다"며 "이제 여야가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이렇게 국회를 운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