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가상자산의 정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가상가치'를 사고팔다
[창간특집-가상자산의 정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가상가치'를 사고팔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1.06.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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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블록체인 기술 통해 만들어진 '보상'…화폐와 다른 개념
불분명 내재가치에도 '수요·공급·차익실현' 논리로 가격 형성
기술·서비스 발전 가능성 주목…단기 변동성 좇는 투자 '위험'
(왼쪽부터)류춘 헥슬란트 부대표와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각자 제공)
(왼쪽부터)류춘 헥슬란트 부대표와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각자 제공)

전 세계적으로 시가총액 2700조원이 모이기도 했던 시장. 상한·하한가도 없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될 수도, 벼락거지가 될 수도 있는 시장. 누군가에게는 '기회' 누군가에게는 '수렁'. 무엇을 사고 파는 지 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가상자산 시장의 본질은 무엇인지 전문가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가상자산 시장은 주식 거래 시스템과 유사한 플랫폼을 갖추고 그럴듯하게 돌아가지만, 사실 헛점이 많다. 가상자산 등장을 가능케 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외에 여러 부분이 아직 법·학술적으로 불명확하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것이 미래의 화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화폐와는 다른 개념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손에 잡히는 가치가 없음에도 단순한 수요·공급 논리와 차익실현 기법은 실체가 불분명한 가격을 만든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자산과 돈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볍다.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을 좇는 가상자산 투자는 '투기'에 가깝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코인 가격이 오르느냐 내리느냐를 정하는 '50% 확률'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기반한 기술과 서비스가 가져올 미래의 삶이라고 조언한다.

Q 블록체인, 가상자산, 코인은 서로 어떻게 다른가?

류춘 헥슬란트(블록체인 기술 연구소) 부대표 "블록체인은 가상자산, 코인을 구성하는 원천 기술에 대한 명칭이다. 시장에서 말하는 가상자산, 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의 이름들을 총 지칭하는 표현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클레이튼, 폴카닷 등과 같은 명칭들이 가상자산 혹은 코인을 표현하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마트폰이 원천 기술이라면 아이폰, 갤럭시는 스마트폰을 지칭하는 이름인 것과 같다. 여기서 블록체인은 쉽게 말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저장, 관리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특정 저장 공간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었다면, 블록체인은 저장 공간을 분산화하고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은 정말 '잘 기록하는 기술'이다. 나아가 정보를 '더하는 것'만 가능하고 해당 기록을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없게끔 설계돼 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블록체인은 기술이고,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을 이용해 생성되는 디지털 형태 자산을 총칭해 일컫는 개념이다. 코인은 가상자산의 구체적인 형태 중 하나다. 현재 시점에서는 가상자산을 곧 코인이라고 이해해도 된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 "블록체인은 암호화·해시(hash) 기술을 활용한 분산원장을 의미한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구현된 서비스에서 활용되는 토큰(보상시스템)을 의미한다. 단,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상 가상자산 정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다. 코인은 토큰과 기능은 동일하나, 보통 코인은 독자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동하기 위해 쓰이는 인센티브를 말하며, 토큰은 메인넷 위의 Dapp(분산형앱)에서 쓰이는 보상 수단을 의미한다."

블록체인의 개념. 블록체인은 10여분간 거래기록을 포함하는 블록들이 시간 순서대로 연결된 것으로 모든 거래기록을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고 있는 장부. 네트워크 참가자들은 블록 생성 시 같은 블록 내 거래들은 동일 시각에 이뤄진 것으로 간주.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블록체인의 개념. 블록체인은 10여분간 거래기록을 포함하는 블록들이 시간 순서대로 연결된 것으로 모든 거래기록을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고 있는 장부. 네트워크 참가자들은 블록 생성 시 같은 블록 내 거래들은 동일 시각에 이뤄진 것으로 간주.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Q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도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가상자산과 같은 개념인가?

김남훈 연구위원 "CBDC는 현금의 디지털화 개념이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급하며, 기존 법정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중앙은행이 보장한다. CBDC는 반드시 블록체인을 쓸 필요는 없으나, 기술적 장점으로 채택하는 비중이 높다. 암호자산(Crypto asset)은 블록체인을 기술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CBDC와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민간 발행이며 가치보장의 주체가 없다. 허락된 주체만 네트워크(Private Blockchain)에 참여하는 CBDC와 달리 Public Blockchain 형태로 개발된다. 페이스북은 다수기업이 참여한 프라이빗블록체인 형태로 가상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류춘 부대표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가상자산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한 참여자를 위해 보상 또는 운영하기 위한 리소스로 쓰인다. 그리고 이를 거래하기 위해 거래소에 유통되는 구조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네트워크 보상을 위한 '발행'이 아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화폐를 디지털 화폐로 발행한다는 뜻이다. 기존의 한국은행은 매년 돈을 주조하고 해당 발행량을 시중은행을 통해 유통하고 관리한다. CBDC는 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관리한다는 뜻이다. 아직 연구 단계지만 CBDC에서의 화폐는 원화 가치를 유지하는 디지털로만 존재한다. CBDC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만 유통되는 가상자산과 목적과 그 기능이 다르다. 유일하게 같은 점이 있다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김자봉 선임연구위원 "가상자산은 누구든 발행하지만 발행자의 부채는 아니다. 반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만 발행하고, 중앙은행의 부채다. 가상자산 발행자는 자산의 가치 안정을 위한 관리를 하지 않는다. 반면 중앙은행은 자신이 발행하는 모든 유형 화폐의 가치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관리정책을 행한다. CBDC 역시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

CBDC 구분. CBDC는 이용 주체에 따라 소액결제용 CBDC(모든 경제주체 이용)와 거액결제용 CBDC(금융기관 이용)로 구분하며, 구현방식에 따라 단일원장방식(현행 계좌방식과 동일)과 분산원장방식으로 구분. (자료=한국은행)
CBDC 구분. CBDC는 이용 주체에 따라 소액결제용 CBDC(모든 경제주체 이용)와 거액결제용 CBDC(금융기관 이용)로 구분하며, 구현방식에 따라 단일원장방식(현행 계좌방식과 동일)과 분산원장방식으로 구분. (자료=한국은행)

Q 가상자산이 거래 대상이 된 이유는 뭐고, 가격은 어떤 가치에 기반하나?

김자봉 선임연구위원 "현재 시점에서 가상자산이 거래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상자산의 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해 자본이득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아직 내재가치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식의 가치는 주식을 발행하는 회사의 수익성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회사가 발행하는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기능을 목적으로 한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화폐로서의 내재가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되는 높은 가격은 내재가치와는 무관한 요소, 예를 들면 투기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다."

김남훈 연구위원 "모든 가치를 갖는 대상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정 가상자산은 향후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이용자가 늘수록 수급원리에 의해 이용권(코인·토큰)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ETH(이더리움)네트워크가 1위 블록체인 네트워크로서 모든 분산앱들이 이더리움 위에서 만들어진다면 동 네트워크에서 필요한 이더의 가치는 수요자가 늘수록 증가할 수 있다. 가상자산(코인을 기준으로)이 거래나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 성공으로 기대 활용성이 증가할수록 그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현금흐름이 없는 가상자산을 미래현금흐름 할인 등 주식과 같은 형태로 평가할 수 없다. 알려진 바는 과거 가격 흐름을 기반한 상대적 가치 평가, 또는 유사한 희소 자원과의 상대적 필요성을 비교해 평가하는 정성적인 방식이 대부분이다."

류춘 부대표 "블록체인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참여자에게 활동에 대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참여자가 받은 보상이 가치를 갖기 위해선 상대방과 거래할 수 있어야 하며, 따라서 결국 '수익' 때문이다. 테슬라 주식을 왜 구매하는가?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곳에 투자, 거래하는 것은 결국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최초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의 가격은 발행 기업이 정한다."

최근 1년 비트코인 일일 시세 추이 그래프(가장 최근 시점은 8일 오후 1시49분). (자료=업비트)
최근 1년 비트코인 일일 시세 추이 그래프(가장 최근 가격은 8일 오후 1시49분 기준). (자료=업비트)

Q 가상자산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나? 장기적으로 투자 가치는 있나?

김자봉 선임연구위원 "현재로서는 가상자산의 활용 가능성을 점치기 힘들다. 가상자산은 말 그대로 가상의 공간에 있는 자산이다. 실물로서의 존재는 아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활용 가능성이 입증된 가상자산은 눈에 띄지 않는다."

김남훈 연구위원 "가상자산이 어디에 활용된다기보다,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어디에서 쓰일 수 있느냐를 더 고민해야 한다. 헬스케어, 디파이(대출·송금·분산거래), NFT(대체 불가능 토큰), 게임,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 Offering)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탄탄한 기술력과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면, 가상자산도 투자가치가 존재할 것이다."

Q 가상자산에 대해 공부한 뒤 투자하라는 조언이 많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

김남훈 연구위원 "단기적인 변동성에 기댄 투자는 수익을 얻기기 쉽지 않다.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적지 않은 기간 기술과 시장에서의 유용성 검증을 받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미 가상자산을 활용할 파트너가 확보되거나, 탄탄한 투자자들이 투자한 가상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코인들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김자봉 선임연구위원 "글로벌 차원에서 보더라도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대한 법적인 근거는 제한적이다. 일반 주식투자자에 대한 보호의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류춘 부대표 "블록체인 자체를 공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암호학에 기반한 기술이며 아직 발전 단계의 기술이다. 나아가 블록체인에 대한 명확한 단어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인공지능, 5G 같이 우리가 체감하고 통용하는 단어처럼 합의를 이룬 단계는 아니다. 우선 시장의 변화를 파악해야 한다. 카카오톡만 보더라도 이제는 다수의 사람들과 채팅을 한다. 공개된 단톡방에서 의견을 남긴 그 채팅 기록을 지울 수 있는가? 이미 사람들이 그 기록을 봤다면 영구히 지울 수 없다. 나아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무수한 사람의 활동 데이터를 누구나 열람하고 기억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서비스가 점차 분산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현재 산업 변화에 따라 금융이 바뀌고 있고 새로운 투자 시장이 열리고 있다. 블록체인이 아니라 시장이 변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지 그 영향력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전기차 기술이 나왔고 자율 주행 시장이 열렸다. 이는 전기차로 환경 오염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교통 인프라의 변화로 바뀔 것이고 이동 수단에서 연결 수단으로 발전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어떤 세상을 만들까?"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