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재계는 지금] 포스트 코로나 속 'IPO 동상이몽'
[창간특집-재계는 지금] 포스트 코로나 속 'IPO 동상이몽'
  • 송창범, 장민제,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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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한화, 지배구조 개편·경영권 승계 역점
롯데, 이미지변신…SK·카카오, 변화대응 초점
LG·KT·현대重, 시장주도권·사업확대 위한 작업
기업 빌딩 이미지. [사진=아이클릭아트]
기업 빌딩 이미지. [사진=아이클릭아트]

‘포스트 코로나’를 노린 대기업 계열사의 IPO(기업공개) 추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SK바이오팜에서 촉발된 SK 계열사 IPO 바람은 국내 주요그룹 곳곳에 영향을 끼친 형국이다.

SK그룹과 카카오를 시작으로 범 현대가(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와 롯데그룹, 한화그룹까지 IPO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엔 LG그룹과 KT그룹도 계열사 IPO 범위를 넓히기 위해 속속 대열에 합류했다.

목적도 다양하다. 현대차와 한화 등은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에, 롯데는 이미지 변신에, LG와 현대중공업, KT 등은 시장 주도권과 사업 확장에, SK와 카카오 등은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그룹,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추진…지배구조 개편 주목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상장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EP)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발송하며 IPO 추진에 나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하며 플랜트, 건축, 인프라 사업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 가치는 7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재계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추진을 두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연관성에 주목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지분 38.62%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다. 2대 주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1.72%)이다.

재계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회사 지분 가치가 극대화되면 IPO 이후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그룹, IT계열사 ‘줄줄이’…산업계열도 10여개 ‘꿈틀꿈틀’

대기업 IPO 태풍을 주도한 SK그룹은 올해도 상장이 줄을 잇는다. 이미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까지 IPO 대어들을 시장에 풀어 놓은 SK는 올해 IPO 종류를 IT전자 업종 위주로 바꾼다.

유무선 통신회사와 투자전문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SK텔레콤 자회사들로 초점이 모아진다. ICT투자전문회사는 티맵모빌리티, 11번가, 원스토어, ADT캡스 등을 상장 추진한다.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수익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중 원스토어가 선봉장으로 나선다. 하반기 상장이 목표다. 또 SK브로드밴드 상장을 추진, 통신사업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신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SK그룹 내 산업 계열사 쪽으로 눈을 돌려도 IPO 줄은 끝없이 이어진다. 윤활유사업의 SK루브리컨츠 외에도 SK E&S, SK팜테코, SK에코플랜트, SK실트론, SK매직이 대기 중이다. 뿐만 아니라 SK디스커버리 산하 SK플라즈마도 상장예비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LG그룹, LG에너지솔루션 촉각…배터리 생산기지 확장

LG그룹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LG CNS에 이목이 쏠린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중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공모 규모는 10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LG화학에서 배터리사업부문이 분사해 설립된 기업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전장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IPO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IPO로 확보된 자금은 글로벌 배터리 생산기지 구축과 연구개발에 사용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 투자해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LG CNS는 대기업 SI(정보시스템 통합) 업체 중 유일하게 IPO를 하지 않고 있다. LG CNS는 아직 상장과 관련해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롯데렌탈 상장…일본 이미지 지우기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상장에 집중한다. 롯데렌탈은 지난 5월31일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롯데렌탈은 8월 승인을 받고 9월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렌탈의 기업 가치는 2조원대로 평가된다.

롯데렌탈 상장은 렌터카 시장의 경쟁력 강화가 표면적 목적일 뿐 실제적으론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초점이 맞춰진다. 롯데렌탈의 최대주주는 호텔롯데(42.04%)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지분 11.1%를 보유해 신동빈 회장(13.04%)에 이은 2대 주주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해외계열로 분류된 롯데홀딩스(19.07%)다. 해외계열로 분류된 주요 주주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99.28%다.

해외계열은 일본 내 기업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롯데는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가 남았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상장이 호텔롯데 상장으로 이어지면 일본 기업 이미지를 지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신동빈 회장과 롯데지주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 삼성과 약속 지키고 경영권 승계까지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자회사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예고한 상태다. 한화종합화학은 상장을 통해 삼성과 약속을 지키고 투자재원을 마련한다는 시나리오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했다. 당시 삼성과 한화는 2021년 4월말까지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최대 1년까지 연장 가능한 만큼 내년 4월 내 상장해야 한다.

한화종합화학 상장 추진은 경영권 승계와도 연관된다. 한화종합화학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손자회사기 때문이다. 김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는 에이치솔루션의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지분율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 지분율 39.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중공업그룹, 현대重 상장 속도…8월 마무리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비상장 계열사 현대중공업을 IPO 전면에 내세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친환경 미래산업 투자를 위해 IPO를 추진한다고 공식화했다. 이어 5월6일에는 상장예비심사를 접수했다. 이르면 8월 상장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기존 대주주인 한국조선해양의 지분 매각 없이 20%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최대 1조원을 조달한다. 현대중공업의 기업 가치는 5조원대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현대삼호중공업도 내년 상장을 위한 준비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삼호중공업 장외시장 가격은 주당 5만원 초중반대다. 기업가치는 1조6000억∼1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KT그룹 ‘케이뱅크·스토리위즈’ 금융·콘텐츠 추진

KT는 금융·콘텐츠 등 통신 외적인 부분에서 자회사의 IPO를 예고한 상태다. 그중 금융업에선 케이뱅크를 2023년까지 상장시킨다는 목표다. 현재는 증자방식으로 자본을 조달해 서비스와 상품 차별화로 내실을 다지는 단계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1조2499억원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인터넷은행 중 단일 증자로 역대 최대 액수다.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SI)등이 증자에 참여했다. 전략적 투자자(SI)론 모바일게임사 컴투스가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KT 웹소설 사업 담당 자회사 스토리위즈도 2023년 IPO 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출범 초기인 만큼 콘텐츠 제작 시스템과 지식재산권(IP) 생태계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페이·뱅크’ 연내 상장…엔터·모빌리티 자회사도 준비

카카오는 금융·결제를 비롯해 교통플랫폼, 콘텐츠 등 다방면에서 IPO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가시화 된 부분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다. 이들은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자본 확충이 목표다.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는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성장가능성은 높다. 카카오페이의 매출은 분사 첫 해인 2017년 106억원에서 2018년 695억원, 2019년 1411억원, 2020년 2844억으로 매년 2배 이상 성장 중이다. 영업손실은 2018년 965억원에서 2019년 653억원, 지난해 179억원으로 감소했다.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재팬, 카카오모빌리티도 상장을 검토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증권시장에 입성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국 증시 상장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미국에서의 기업공개에도 살펴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를 통해 밝혔다.

대기업 계열사 IPO 추진 현황. [표=고아라 기자]
대기업 계열사 IPO 추진 현황. [표=고아라 기자]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