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신경영 선언' 28주년…이재용 사면론 긍정기류 확산
이건희 '신경영 선언' 28주년…이재용 사면론 긍정기류 확산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6.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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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라" 주문 후 글로벌 기업 도약
국정농단 이슈 후 선언일 행사 안 해…글로벌 투자결정 정체 우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6월7일 28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의 별세와 함께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수감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6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은 신경영 선언일에 특별한 행사를 열지 않는다.

삼성은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져 입원하기 전 매년 신경영 선언 기념식을 열었다. 이 회장이 입원한 이후에는 사내 방송 등을 통해 기념했다.

하지만 기념행사는 지난 2017년부터 사라졌다. 이재용 부회장과 핵심 경영진이 국정농단 사건 등에 연루되며 각종 수사·재판을 받기 시작하면서다.

신경영 선언은 지난 1993년 6월7일 이건희 회장이 독일 출장 중 임원들에게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강조했던 혁신 요구다.

재계에선 이 선언을 두고 외형을 중시한 나머지 질적 성장에 소홀했다는 위기감을 전 임직원이 공유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다만 최근 삼성 내부는 수년째 암흑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부회장은 석방 이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삼성’ 비전을 밝혔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가 시작되기 전 올해 초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다시 수감됐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파기환송심에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언급하며 이에 버금가는 노력을 주문했다. 이후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노조·경영권 문제 대국민 사과 등을 내놨지만 이 같은 노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재수감 이후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올해 4월에는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반년 만에 상속을 마무리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 2대 주주로 올라서는 등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주식 지분 상속을 끝냈다.

삼성 총수 일가는 사상 최대 규모인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한다. 이 회장의 사재 1조원은 의료 분야에,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미술품 2만3000여점은 국가 미술관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이 부회장의 사면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 역할론과 한·미정상회담 등의 성과가 맞물리면서 여론 확산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여지를 넓히는 발언을 해 광복절 특사나 가석방 등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에 이 부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기남 부회장은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