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무너진 3년의 공… 文 정부 '남북관계' 마침표 주목
[창간특집] 무너진 3년의 공… 文 정부 '남북관계' 마침표 주목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6.08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文 대통령 취임 후 매년 6월 대북 관련 행사·사건 발생
호전적 역사 지난해 6월 산산조각… 올해 변곡점 주목
지성호 "도발 가능성" vs 윤건영 "대화의 장 열릴 것"
지난해 6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축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해 6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축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임기 중 마지막 하계를 보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1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초청을 받아 참석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정부에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주문하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북한은 여전히 거부감을 보이고 있고, 미국의 관심은 코로나19 등에 쏠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며 '협상가' 별명을 얻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정책)에 대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았다.

<신아일보>는 8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가져와야 할 성과와 역할, 전망 등에 대해 외교·정치권의 제언을 들었다.

 

◇"남조선 것들과 결별"… 어그러진 6월 법칙

△2017년 6월 30일 문 대통령 첫 한미정상회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선언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2020년 6월 16일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6월에는 북한과 관련한 정치적 행사나 사건이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7년 6월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순방으로 미국으로 향했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만나 남북미 대화의 신호탄을 쐈다.

그 다음해 6월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에서 만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안전 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언했으며, 김 위원장은 조선 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명시하면서 8000만 겨레에 기대감을 심겼다.

1년 후 판문점에선 남북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대통령이 됐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여론의 희망과 희열은 지난해 6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와 함께 무너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당시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연락사무소 폭파를 예고했고, 폭파 후 북한은 대남 업무를 대적 사업으로 전환하겠단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세 속 올 6월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외교계는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 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2018년 5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 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南 "모멘텀 만들것" vs 北 "비루한 꼴 역겹다"

지난달 22일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한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남북·북미 정상의 합의를 토대로 대화에 나서겠다고 알린 건 북한을 협상판으로 이끌기 위한 차원으로 읽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역시 "기존 남북미 간 합의를 토대로 한다고 한 건 협상 연속성은 물론 남북 대화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 확보한 것"이라며 "코로나 방역과 기후변화, 인도주의 관점에서 남북의 대화 추진 여지가 있다"고 피력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나온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오마이뉴스 의뢰, 지난달 24~25일 전국 성인 2004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56.3%는 한미 정상회담을 '잘했다' 평가를 내놨다. '잘못했다' 대답은 31.5%, '모른다' 의견은 12.2%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응답률 4.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이는 한반도 대화의 문을 열었다는 점이 아닌 미사일 지침 종료 때문이란 주장이 상당하다.

정부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부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초부터 한미 정상회담 실무 협의를 진행하면서 공동성명 문안을 사전 작성하는 과정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도 있다. 특히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되면 남북관계에 어떤 변수가 다시 생길지 걱정된다"며 "상반기 중 중요한 정세 모멘텀(동력)을 만들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한 방송에 출연해 "한미연합훈련이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거나 추가적으로 고조시키는 형태로 작용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정부는 최대한 유연하게 정책적 조율 과정을 가져갈 것이고, 역으로 북도 연합훈련에 매우 유연하게 임하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이어 미중 전략 경쟁이 확장될 경우를 언급하면서 "남북관계가 종속 변수로 편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여러 일정을 감안할 때 6월 중 남북 관계에서 정세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나아가 '본인이 특별대사로 북한에 갈 수 있느냐' 묻자 "언제 어디서든 어떤 의제이든 어떤 방식이든 북쪽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논평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폭언을 냈다는 점에서 북한의 호응은 아직 미지수로 남은 실정이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대화? 도발?… 전문가가 보는 올해 6월은

문 대통령 재임 후 6월에는 대북정책 전환점을 만든 역사적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올 6월에도 꼭 정치적 행사나 사건이 나올 것이란 법칙은 없지만, 외교계는 올 6월 역시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중요한 시점으로 평가한다. 특히 올해 6월 대규모 외교적 행사로는 G7이 예정돼 있다. 세계적 현안에 대한 주요국의 폭넓은 의견 교환이 예상되면서 대북 기치에 대해서도 전언이나 방침이 나올지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다만 북한이 대화를 할 것인지, 도발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상당히 갈린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는 <신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대화하러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인데, 내부적 사안이 많아 사실상 그냥 기다려 보자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도발할 것이냐에 대해선 당장의 가능성은 없을 것 같지만, 핵 무기를 만들고 대륙 간 탄도 미사일 성능을 개발하는 등의 행보는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교수는 특히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선 "문 대통령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 정부 자체가 지금 상태에서 임기를 끝내려고 할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도록 하고, 현재 상태에서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다음 정권에 (거취를) 넘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쉽게 말하면 북핵이란 암을 덮어놓은 것"이라며 "그래서 이번에 워싱턴에서 미국에 '제발 조용히 지내자'라는 걸 '대화·협력' 이런 쪽으로 얘기하면서 지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접촉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북한도 일단은 접수했단 반응까지 나온 상태"라며 "북한도 미국과의 접촉 국면을 활용하겠단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접촉해 제안 내용을 듣고 그것이 요구했던 기본 셈법에 부합하지 않거나 안 맞으면 전술적 차원에서라도 도발 카드(주패) 내지는 도발에 준하는, 남쪽을 흔드는 카드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환기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홍 실장은 "약간의 긴장 관계가 만들어지며 북미 간 힘 겨루기가 있을 수 있지만, 한미 간 단계적 접근 공감대를 만든 건 상당히 바람직하다"며 "북한도 원하던 방식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협상 국면으로 수령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표명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경우 "(대화와 도발)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다"며 "예측하기 쉽지 않은 대상이기 때문에 지금 대화를 시작하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이후 수준의 높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고언했다. 판문점 선언 이후의 이행을 제대로 실천하겠단 걸 담보하는 회동이 돼야 한다는 게 이 교수 부연이다.

이 교수는 또 "(북한이) 무력 도발로 문재인 정부를 보내고, 바이든 행정부도 상당 기간 동안 경색되게 하는 게 나을까 계산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무력 도발로 가지 않게 대화를 시작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6월 안에 정상급 회담이 있는 건 쉽지 않겠지만, 큰 자리를 만들 징검다리, 회담 준비 회동 등이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는 거절하지 않을지 여부에 대해선 "그럴 수도 있지만, 북한으로선 지렛대가 없어질 것"이라며 "북한이 불만족스러워 하는 건 한미군사훈련 등인데, 상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부각했다.

북한 노동당의 외곽 노동단체인 직업총동맹(직총) 제8차 대회가 지난 25∼26일 평양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사회주의와 투쟁하고 사회주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회 참가자들이 발언을 받아적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 노동당의 외곽 노동단체인 직업총동맹(직총) 제8차 대회가 지난 25∼26일 평양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사회주의와 투쟁하고 사회주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회 참가자들이 발언을 받아적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국회도 엇갈린 목소리… "남북 대화 없다" vs "말도 안 되는 소리"

외교 무대를 만드는 정치권, 특히 그 가운데서도 일선에서 활동 중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일부 여야 의원에게도 물었지만, 상반된 예측을 내놨다.

먼저 함경북도 회령 출신의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6월 남북미 관계에 대한 향방에 대해 "북한은 이렇게 얘기하면 저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예측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미국에서도 대화의 노력과 준비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지만, 한미연합훈련 등 하개 군사 훈련 규모를 보며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남북관계 호전에 대해선 "북한이 남한과는 대화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진전이 있을 거 같진 않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실 1차장 출신의 같은 당 조태용 의원은 북미 간 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조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의 경우 위험회피형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며 "2019년 베트남 하노이 회담 후 행보를 보면 굉장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한국 안보를 저해하는 일에는 굉장히 과감히 도발적 행위를 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극히 조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마쳤다고 하니 (북한은) 일단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는 쪽으로 가지 않겠는가"라며 다만 "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고, 몸값을 올리려고 강경 협상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이어 "미국과 실무협상을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스텐스(기치)를 바꿔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도 "일단 북미 간 회담은 한두 번이라도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 간 대화의 장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선 지 의원과 마찬가지로 저평가했다. 조 의원은 "우리나라 몸값은 우리 스스로가 정한다"며 "북한이 평양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길에 서울을 거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미국이 자신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한국이 미국을 끌고 갈 힘이 있다고 봤을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한 측에 매달렸지만, 그게 아닌 것 같으니 우리와는 대화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빠져 있으라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또 "북한에 물질적으로 큰 혜택이나 선물을 주지 않으면 자세는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유엔(국제연합) 제재 때문에 선물을 주고 싶어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남북 간 대화 재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과는 대화하고, 남한과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한반도 일인데 대한민국 정부와 상대를 안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우선 북미가 탐색적 대화를 시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만약 그것이 이뤄지면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대화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정치권 등에서 도발과 대화 사이 의견이 갈리는 것에 대해선 "한 쪽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과 관련한 상당한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하는 것이고, 도발을 우려하는 건 한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제재 완화 등 구체적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어느 쪽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나름 기대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남북관계 호전 여부에 대해선 "예를 들면 10가지 전제 조건이 다 갖춰져야, 성과가 있는 조치로 개선이 될 것"이라며 "현재 10가지 중 1~2단계 정도까지 됐다고 본다. 남은 단계는 그만큼 많고, 어느 것 하나라도 삐끗하면 제 궤도로 올리기 힘든 게 지금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도 "코로나 등 여러 상황이 안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로선 달리 선택이 없다"며 "남북관계를 제대로 복원해야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고 말고, 가능한지 안 한지 문제는 다음이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부각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