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戰⑪] 민명기 vs 전창원 아이스크림 성수기 자존심 경쟁
[CEO戰⑪] 민명기 vs 전창원 아이스크림 성수기 자존심 경쟁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5.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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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 톱2 롯데제과·빙그레 여름시즌 1위 두고 진검승부 앞둬
민명기 콘 제품 우세, 구독서비스 강화 최강자 입지 굳히기
전창원, 해태 인수 시너지로 지배력 높여 1위 탈환 본격화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좌)와 전창원 빙그레 대표(우). [사진=각 사]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좌)와 전창원 빙그레 대표(우). [사진=각 사]

민명기(66) 롯데제과 대표와 전창원(60) 빙그레 대표는 올 여름 빙과시장 최강자 자리를 두고 자존심을 건 승부를 겨룰 전망이다. 추격자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효과에 힘입어 올 1분기 처음으로 롯데제과를 제치면서 탄력을 받는 가운데, 롯데제과는 최대 강점인 콘(Cone) 아이스크림과 온라인 구독 등을 앞세워 최강자의 위상을 회복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빙과 톱2인 롯데제과의 민명기 대표와 빙그레 전창원 대표는 최대 성수기인 여름시즌에 매출과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적극 나선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 1위는 롯데제과로 27.1%를 차지했다. 빙그레는 26.5%로 2위 사업자다. 두 기업 간의 점유율 격차는 불과 0.6%포인트(p)다. 이런 가운데 빙그레는 전창원 대표의 주도 아래 지난해 3월 해태아이스크림의 깜짝 인수 발표에 이어 10월 1325억원에 최종 인수했다. 해태제과식품이 품고 있었던 해태아이스크림은 국내 빙과시장에서 10% 초반을 점유한 4위 사업자다.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됐다. 실제 올 1분기 빙과 매출액에서 롯데제과보다 앞섰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실적 269억원을 합쳐 1111억원(빙과류·기타 합산)을 기록했다. 롯데제과는 719억원이다. 그룹 계열사이자 연합군인 롯데푸드의 1분기 빙과 매출(375억원)을 합치면 1094억원이지만 7억원 가량 뒤진다. 롯데제과와 빙그레 모두 전년 동기보다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줄곧 빙과 1위를 지켰던 민명기 대표 입장에선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다만 1분기가 통상적으로 비수기란 점을 감안할 때 최대 대목인 3분기(7~9월)에 승부를 봐야 한다. 

롯데제과는 콘 아이스크림 1위 월드콘을 비롯해 스크류바·수박바·죠스바·설레임·더블비안코·찰떡아이스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특히 월드콘은 연매출 700억~800억원대를 꾸준히 기록하며 20여년 가까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엔 월드 배구스타 김연경을 새 광고모델로 발탁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예고했다. 

월드콘의 광고모델로 발탁된 배구선수 김연경을 활용한 SNS 마케팅. [사진=롯데제과 인스타그램 캡쳐]
월드콘의 광고모델로 발탁된 배구선수 김연경을 활용한 SNS 마케팅. [사진=롯데제과 인스타그램 캡쳐]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 ‘월간 아이스’ [사진=롯데제과 인스타그램 캡쳐]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 ‘월간 아이스’ [사진=롯데제과 인스타그램 캡쳐]

민 대표는 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략에 부응해 이(e)커머스와 온라인 경쟁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지난해 제과 부문의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가 대표적이다. 이달 초엔 빙과까지 대상을 넓혀 ‘월간 아이스’를 론칭했다. 4일 만에 200명 모집 인원을 마감하며 인기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롯데제과는 내달 중 2차 모집에 나선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공략 차원에서 ‘나뚜루’ 마케팅도 재정비했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비건(Vegan, 채식주의자) 라인업을 확대한데 이어 딸기·초코·바닐라 제품 원재료 함량을 대폭 높여 진한 풍미를 강조했다. 

또, 나뚜루 오프라인 매장을 리뉴얼한 디저트숍 ‘나뚜루 시그니처’를 지난 2월 오픈하며 인지도 제고와 함께 가맹사업에도 힘을 실었다. 5월 현재 나뚜루 매장은 시그니처 3개점(서울 마곡나루점·포항점·대구점)을 포함해 56개점을 운영 중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에 맞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을 적극 발굴해 제품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창원 대표는 분기 첫 1위에 만족하지 않고 빙그레가 빙과시장을 주도하도록 해태아이스크림과의 시너지를 이어나간다. 각각 독립된 법인이지만 홍보·마케팅 면에서 접점을 강화한다. 

올 3월 빙그레의 슈퍼콘과 해태 호두마루·체리마루 아이스크림 공동 모델로 걸그룹 ‘오마이걸’을 발탁한 게 첫 시도다. 여름 성수기에도 이 같은 협업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빙그레 역시 히트상품은 다양하다. 특히 바(Bar)와 컵(Cup) 카테고리에서 강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aT FIS)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소매점 매출 기준 톱5 상품에 투게더와 붕어싸만코, 메로나가 포함됐다. 비비빅·빵또아·엑설런트 등도 스테디셀러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과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걸그룹 오마이걸을 슈퍼콘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빙그레]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과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걸그룹 오마이걸을 슈퍼콘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빙그레]
빙그레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끌레도르' [사진=빙그레]
빙그레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끌레도르' [사진=빙그레]

콘 상품군에선 롯데제과보다 다소 뒤지는 편이다. 2018년 슈퍼콘을 내놓고 손흥민·유재석(유산슬) 등 빅모델을 기용하며 인지도를 빠르게 높였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슈퍼콘의 연간 매출액은 200억원으로 롯데제과 월드콘의 30% 정도다.  

빙그레도 ‘끌레도르’를 앞세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5년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15년여간 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전면 리뉴얼하고 바와 컵, 콘 라인업을 확대해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구독 서비스를 개시해 한 달 만에 가입자 500명을 돌파했다. 현재 1000명대를 유지 중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콘 카테고리는 1인 가구를 겨냥해 엑설런트 콘 등 신제품을 내놓고 슈퍼콘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해태아이스크림과의 시너지 효과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