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어사,일본 식민통치 잔재 청산
부산 범어사,일본 식민통치 잔재 청산
  • 신민아기자
  • 승인 2009.08.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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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천년고찰인 범어사가 해방 64주년을 앞두고 일본 식민통치 잔재를 청산하는 사찰 복원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범어사 주지 정여스님을 포함한 스님들은 13일 대웅전 앞마당에 박혀있던 일제의 조선총독부 표지석을 뽑았다.

범어사는 이날 조선총독부 표지석과 함께 일제가 만든 3층 석탑의 하단 기단부와 난간을 해체했다.

표지석은 박물관에 보관하고, 3층 석탑은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청산작업은 민족문화 복원 및 중.장기 발전 계획의 일환으로 총사업비 200억원을 들여 2014년까지 추진될 '범어사 종합정비 계획'의 1단계 사업으로 2011년에 끝난다.

이 1단계 작업에는 총 5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범어사는 또 경내 84m에 이르는 일본식 난간과 대웅전 석축 화단에 있는 금송 세 그루도 들어낼 계획이다.

이 밖에도 대표적인 일본양식으로 지어진 보제루(普濟樓)를 헐고 일제에 의해 보제루 왼쪽편으로 옮겨진 종루를 본래 위치로 돌려놓기로 했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범어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양성해 왜적 퇴치에 앞장서고 3.1 독립운동을 주도하는 등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 온 호국 도량이다.

한국불교건축의 진수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사찰인 범어사는 창건 당시부터 스님들이 불도를 닦는 ‘가람’을 전통 불교건축 양식인 상. 중. 하단의 3단구성의 틀과 함께 선교양종(禪敎 兩宗)의 교리적 측면을 적용한 체용설(體用說)에 기반을 두고 배치했다.

일제는 1936년 7층 사리보탑(七層舍利寶塔)을 대웅전 오른편 옛 관음전자리로 옮기면서 상단을 크게 훼손한데다 중단영역의 종루도 위치를 변경하고 석축과 가람에 일본양식을 도입한 것을 비롯해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금송을 대웅전 앞에 심고 조선총독부 표지석을 세우는 등 강점기동안에 민족정기를 끊고 3단 가람 구성을 왜곡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어사 종합정비계획의 연구책임자 서치상 교수(부산대 건축학부)는 “우리나라 사찰에는 아직도 일제가 왜곡한 잔재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하고 “범어사의 가람배치를 전통적인 불교건축양식인 3단구성의 틀과 체용설에 따라 복원하는 것은 역사바로잡기의 일환이자 한국 사찰의 보편적 건축 양식을 찾아 후대에 널리 전승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