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소비자 절반 "실손의료비 청구 포기한 적 있다"
보험 소비자 절반 "실손의료비 청구 포기한 적 있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1.05.0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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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30만원 이하 소액'…금액 적고·귀찮아서
86%는 병원→보험사 직접 서류 전송에 '동의 의사'
실손의료보험 미청구 경험 설문조사 결과. (자료=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
실손의료보험 미청구 경험 설문조사 결과. (자료=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중 절반은 실손의료비 청구를 포기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구를 포기한 진료 건의 대부분은 30만원 이하 소액이었는데, 금액이 적고 귀찮은 것이 주된 이유였다. 보험 소비자의 86%는 진료 병원에서 보험사로 보험금 청구 필요 서류를 직접 보내는 것에 동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6일 녹색소비자연대와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이들 시민단체는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최근 2년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만 20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최근 2년 이내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적이 있는 응답자가 전체의 47.2%로 나타났다.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 소액이 95.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청구를 포기한 사유로는 '진료금액이 적어서'라는 응답이 51.3%로 가장 많았고, '제출할 서류를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46.6%로 뒤를 이었다.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라는 응답도 23.5%에 달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적은 금액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는 시간이 없고 귀찮아서 포기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실손의료보험 청구에 대해 '편리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였으며,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시 '전산 청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78.6%로 조사됐다. 본인 동의 시 진료받은 병원에서 보험사로 증빙서류를 전송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85.8%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금 청구 시 증빙서류를 전산시스템으로 발송할 경우 민간 핀테크 업체나 보험업 관련 단체에서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기보다는 개인정보보호가 잘되고 신뢰도가 높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들은 국민권익위가 지난 2009년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의 불편을 해소하라고 개선 권고를 했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절차적 불편으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고 있음이 이번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로 이뤄졌으며, 자세한 내용은 녹색소비자연대와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20대 2개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4개나 발의됐지만, 법안 통과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우려해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보 유출 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물을 수 있는 공공기관이 민감한 진료정보를 중계해 보험사에 전달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는 의료계나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현재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3900만명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임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