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물가 급반등세 지속…하반기 '한은 금리 인상 전망' 솔솔
유가·물가 급반등세 지속…하반기 '한은 금리 인상 전망' 솔솔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5.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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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1년 새 3배로 올라…국내 물가상승률 3년8개월 만에 최고
전문가 "작년 기저효과로 경제지표 회복 2분기에 절정 이를 것"
WTI 가격 동향. (자료=뉴욕상업거래소)
최근 1년 WTI 가격 동향. (자료=뉴욕상업거래소 홈페이지)

국제 유가와 세계 주요국 물가 반등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각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WTI 가격은 1년 새 3배 넘게 올랐고, 지난달 국내 물가 상승률은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충격이 작년 경제를 급격히 위축시킨 데 따른 기저효과 등 영향으로 올해 2분기에 각종 경제지표 회복세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봤다. 또, 이런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는 올해 하반기, 미국은 내년 초중반에는 기준금리 인상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현지 시각으로 4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20달러(1.9%) 오른 배럴당 65.69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작년 4월에 사상 첫 마이너스 가격(1배럴당 -37.63달러)을 기록한 뒤 꾸준히 상승해 올해 2월 중순 배럴당 60달러 선을 돌파했다. 현재 가격은 작년 4월 말 18.84달러의 세 배가 넘는다.

석유류 가격은 교통 요금이나 제조업 생산, 농수산물 유통 등 전반적인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최근 물가 오름세의 주 요인으로 유가 상승이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3% 올랐다. 2017년 8월 2.5%를 기록한 이후 전년 동월 대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작년 4월 물가 상승률이 0.1%까지 낮아진 데 따른 기저 효과가 작용하기도 했지만, 유가 상승과  농산물 작황 부진 등이 물가를 끌어 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물가에 앞서 선행적으로 나타나는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0.9% 올라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작년 동월 대비로도 3.9% 상승했다.

주요국 중에서도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6% 오르며, 지난 2월 상승률 1.7%를 웃돌았고, 같은 기간 중국 소비자물가는 0.4% 상승했다. 중국의 3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0.2% 하락에서 상승 전환됐고, 시장 예상 중앙치인 0.3% 상승을 뛰어넘는 오름세를 보였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작년 2분기부터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본격적으로 받았던 만큼, 물가 등 각종 경제지표도 4월 이후부터 기저효과로 인한 폭등세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각종 경제지표는 2분기 수치부터 전년 동월 비 기준으로 급등할 수 있고, 물가 지표의 증폭도 상당할 수 있다"며 "작년 3월 중순 무렵에 전 세계에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온전히 받기 시작했고, 경제 봉쇄는 그 이후부터 진행됐기 때문에 기저효과는 2분기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의 재정 확대 정책이 직접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가계의 초과저축 등을 일으켜 인플레이션 요인을 높인다"며 "물가가 일시적인 상승을 기록한 후 안정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긴 하지만,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등락률. (자료=통계청)
작년 7월 이후 소비자물가 등락률. (자료=통계청)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각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우리나라는 올해 하반기, 미국은 내년 초중반경에는 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미 연준(연방준비제도)이 2023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놓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금리를 올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율이 2% 후반, 3% 초반까지 올라간다면 연준은 내년 초·중반 정도로 앞당겨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중 경기 회복세가 빨라 수출이 호조를 보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쯤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미국 연준이 2023년까지 금리를 동결하기로 했지만, 그전에도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올해 하반기, 미국의 경우에는 내년 초·중반쯤 기준금리를 올리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장기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선행해 오르는 상황인 만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에 급격한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가계와 기업이 선제적으로 부채를 관리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교수는 "현재도 시장금리는 지속해서 올랐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에 따른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대출을 많이 받은 기업이나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상환 부담은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현지 날짜로 4일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 주최로 열린 '미래경제서밋' 행사에서 방영된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 재무장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날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전날 종가 대비 1.9% 급락 마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