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삐노키오'마술적 리얼리즘이 환상과현실 혼동케..
`일 삐노키오'마술적 리얼리즘이 환상과현실 혼동케..
  • 신아일보
  • 승인 2009.08.09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탈리아 뮤지컬 ‘일 삐노끼오’는 지켜보는 공연이 아니다.

관객이 뮤지컬 배우들 틈에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마술적 리얼리즘이 환상과 현실을 혼동케 한다.

‘일 삐노끼오’는 동화를 무대 위로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행운의 나무토막이 나무인형 삐노끼오로 변하는 마술이 동화의 나라로 인도한다.

채도가 높은 컬러풀 의상들과 아늑하고 따뜻한 조명이 동화의 분위기를 극대화 한다.

목수 제페토의 작업실이나 집, 마을 광장, 서커스 천막 내·외부 등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무대는 곧 동화책을 한 쪽씩 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삐노끼오가 바다에 빠진 장면은 무대 예술의 극치다.

조명이 물 흐르듯 유연하게 움직이며 바다의 물살을 표현한다.

배우들이 서로 몸을 기대면서 만들어내는 해초나 조개는 매혹적이다.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에 떠 있는 삐노끼오가 물 속을 유영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물방울, 물결 등을 정밀하게 묘사한 음향이 수중 판타지에 방점을 찍는다.

고래 뱃속에 있던 삐노끼오와 제페토가 고래 입으로 스며든 달빛을 바라보는 장면은 낭만의 극치다.

모험을 떠난 삐노끼오, 그 삐노끼오를 찾아 나선 제페토가 재회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고풍스러운 멋까지 더하는 여유를 드러내며 극을 절정으로 이끈다.

‘일 삐노끼오’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쯤 되는 작품이다.

삽입 곡들은 오페라와 뮤지컬 각각의 장점을 흡수,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오페라식 발성법에 뮤지컬의 경쾌함을 더한 노래들은 가볍지 않은 리듬감으로 설렘을 느끼게 한다.

설렘이 차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록발라드, 힙합, 칸초네, 라틴음악 등의 아리아 22곡이 공연 내내 울려 퍼지며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단, 이탈리아 오리지널 팀의 공연인 만큼 노래와 대사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3개 화면에 한글 자막을 띄우기는 한다.

하지만 한 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는 관객에게는 불편하다.

동화 같은 무대를 보기만 해도 극의 전개를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이탈리아 배우들의 짧고 몇 안 되는 한국어 대사 등 깜짝선물도 아쉬움을 달랜다.

‘일 삐노끼오’는 나무인형이 사람의 마음을 지니게 되는 사랑으로만 설명 가능한 스토리다.

시종 이 사랑을 나눠준다.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사랑스런 뮤지컬이다.

이탈리아 동화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가 원작이다.

소프라노 조수미(47)가 로마에서 관람하고추천한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탈리아 뮤지컬이다.

2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계속된다.

27~30일에는 대전 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02-3461-0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