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을 간절히 원한다, 왜일까
[기자수첩] 이재용을 간절히 원한다, 왜일까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04.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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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이 연일 언론매체 톱으로 장식되고 있다. 위기의 대한민국 구원투수로 모두가 ‘이재용’을 필요로 한다는 보도다.

그런데 이 부회장의 현재 신분은 ‘범죄자’다.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징역 2년 6개월 징역형을 받은 수감자다. 게다가 추가로 ‘삼성 부당합병’ 재판까지 받고 있다. 자칫 수감생활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일반인으로 보면 나의 인생 기록에 빨간 줄이 몇 줄이나 더 그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경제계는 물론 국민들까지 이재용을 간절히 원한다. 누구나 죄를 지으면 똑같이 죄 값은 치러야 하는 게 맞다. 그게 민주주의다. 그럼에도 여론은 그에게 “기회를 주라”고 말한다.

왜일까? 재계 1위 삼성 총수 이 부회장이 자리를 지켜야 위기의 대한민국이 일어설 수 있다는 게 경제계 주장이다.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종교계와 중소기업계는 물론 이제 국민들까지 이재용 사면론에 가세하고 있다.

사면 이유는 ‘반도체’와 ‘백신’ 2가지로 요약된다. ‘반도체 패권경쟁 우위 선점’과 ‘코로나19 백신 해결사’는 ‘이재용’이라는 공식을 들고 있다.

사실 이 공식의 답은 ‘대통령’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 등호 성립이 맞지 않자 여론이 답을 바꾼 것이다.

우선 반도체를 보자. 현재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무역 갈등은 심각하다. 따라서 반도체 경쟁에 신속히 대응하고 투자하기 위해선 이 부회장이 경영을 진두지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미‧중 무역 갈등은 정부가 풀어주고 기업들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해줘야 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어떤가. 막강한 글로벌 인맥을 가진 이 부회장이 백신 확보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론은 기대하고 있다. 이는 결국 정부가 재벌총수 한 사람에 의해 백신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무능함을 비꼬는 것이다. 실제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국민 70% 이상은 백신 확보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달라고 밝힐 정도로 청와대의 대응에 불만을 나타냈다.

결국 일각에선 정부의 무능함이 이재용을 찾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정말 정부가 ‘코로나19 백신문제’와 ‘반도체 패권경쟁 발판’을 마련해 주기 어렵다면 여론에 따라 이재용 카드도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재용 사면 검토에 대해선 여전히 거북스러운 눈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뇌물을 5대 중대 부패 범죄자로 사면을 제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도 나라가 어려울 땐 귀향 보낸 능력자를 다시 등용, 외세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재용에게 옥중에서 죄를 씻게 할지, 국가를 위해 일하도록 해 죄를 씻게 할지는 청와대가 결정할 일이다. 분명한 건 지금은 위기이고 여론은 이재용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