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리투표 논쟁‘맞불작전'
한나라, 대리투표 논쟁‘맞불작전'
  • 양귀호기자
  • 승인 2009.08.0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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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방해 행위 사안별로 법적 대응 조치를 할 것”
민주당 “방송법 재투표도 정족수 미달…원천무효”

민생돌보기에 집중하겠다며 민주당의 장외투쟁 등 언론관계법(미디업법) 원천무효 공격을 '소모적 정치공세'로 치부했던 한나라당이 오히려 맞불작전에 나서고 있다.

이는 미디업법을 통과시킨 후 가진자의 여유로 일관했던 한나라당이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입장을 급선회한 이후 정면대응 방침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신성범 원내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투표방해 행위를 하고선, 이를 한나라당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적반하장격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수사팀을 구성해 사안별로 법적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내회의에서 민주당의 투표 방해행위에 대해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대국민 홍보에도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나라당은 특수부 검사 출신인 박민식 의원을 불법투표 진상조사단의 채증팀장으로 임명, 수사팀을 구성했다.

박 의원은 검찰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사건'의 주임검사로 두 명의 전직 국정원장을 구속한 베테랑 특수검사로 널리 알려져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세'를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규정, 사전선거 의혹에 대해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선관위가 조직적 사전 선거운동·낙선운동에 대해 문건과 (민주당 장외투쟁) 강연 등을 철저히 조사해 선거법 위반을 가려주길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서민을 우롱하는 사전선거운동용 불법 표적투쟁을 즉각 중단하고, 서민 경제 살리기를 목표로 정책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위원회 구성 및 운영계획안'이라는 제목의 민주당 내부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문건을 보면 투쟁방식으로 ▲권역별 시국대회 ▲서명운동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가두캠페인 ▲미디어법 뿐 아니라 '부자감세' 등 한나라당 정책 기조를 비판하는 민생투어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건은 활동목표도 제시,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6월 2일 지방선거를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다.

8월 활동 계획안에는 '양산 재선거 대비' 또는 '8·15 즈음한 한-자(한나라당-자유선진당) 연대 겨냥 및 지방선거 대비'라는 표현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이 적극 참여토록 유도하거나 결합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장광근 사무총장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략적 굿판"이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은 28%로 지난 조사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미디어법 무효화 투쟁에 나선 민주당의 지지율은 3.2%포인트 오른 25.6%를 기록, 두 정당간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언론법 강행 처리 후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위기감을 느끼면서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민주당 '언론관계법 부정투표 채증단장'인 전병헌 의원은 언론관계법 직권상정 처리 당시 재투표 논란을 빚었던 방송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 "재투표에서도 의결정족수가 미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달 22일 방송법 처리 당시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오후 4시4분19초에 투표 개시를 선언한 이후 재석 버튼을 누른 의원이 85명이 불과하다"며 "재석이 불성립 돼 원천무효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재투표에서 재석의원이 153명이라고 했었으나, 이 중 68명은 방송법 1차 투표에서 재석 버튼을 눌렀던 사람"이라며 "실질적으로는 투표 개시 선언 이후 재석 버튼을 누른 85명만 법률적 효력을 가진 '재석'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재투표 역시 의결정족수 미달이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에 "방송법은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원천무효다"며 "또 재투표 조차 사실상 부정투표인 것으로 확인 돼 이중 원천무효가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대표는 "모든 선거에는 투표 개시와 종료가 있는데 이 중 68명은 개시 전에 투표를 한 것이 되기 때문에 분명한 원천무효가 된다"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 부의장이 다시 투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 법안이 상정된 것으로 봐야한다"며 "말하자면 68명은 후보 등록도 안 된 상태에서 해당 후보에 투표한 셈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