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오세훈 재건축 건의에 "집값 상승 부추긴다"
문 대통령, 오세훈 재건축 건의에 "집값 상승 부추긴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4.2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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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박형준 '사면' 건의엔 "안타깝지만 공감대·통합 작용해야"
백신 접종 두곤 지자체 자율성 거론… "시스템 조금 바꿀 것"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박형준 부산시장, 문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이철희 정무수석.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박형준 부산시장, 문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이철희 정무수석.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서울 일대 재건축 여부에 대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낭비"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간담회에서 오 시장이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이렇게 답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여의도의 한 시범 아파트를 갔는데, 겉은 금이 가고 집과 상가는 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폐허"라며 문 대통령에게 "시범 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한 번만 나가봐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는 주택 가격 안정과 투기 억제, 공급 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중앙 정부나 서울시가 다를 게 없다"며 "국토교통부로 하여금 서울시와 더 협의하게 하고, 필요하면 현장을 찾도록 시키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노형욱 신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언론 대화를 보니 민간의 개발을 막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며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지만, 민간에 대한 억제는 아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 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 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부동산 문제 외에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여부 △백신 수급·접종 개선 문제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등용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 개최 여부 △한미 정상회담 △쓰레기 매립지 문제 △부산 엑스포와 가덕도 신공항 등 서울과 부산 역내외 문제를 전방위로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박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좀 불편한 말을 하겠다"며 두 전직 대통령 수감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은 최고시민이라 할 수 있는데, 저렇게 계셔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의 수감은 가슴 아픈 일이고, 두 분 다 고령에 건강이 안 좋아 안타깝다"면서도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작용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백신 접종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두 시장에게 "수급 불안보단 현재 갖고 있는 백신을 즉시 속도감 있게 접종하지 못 하는 게 더 문제"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 당국을 향해 백신 수급을 여러 차례 독려하고 있고, 국내에선 현장 접종률이 안 올라가는 추세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 것으로 들린다.

박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지방자치단체에 아주 약간의 자율성을 주면 좋겠다"며 "지자체가 방역을 마음대로 완화하긴 어렵지만, 현장을 가면 약간의 불편함이 있고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으니 여지를 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은 정부가 각별히 노력하고, 전체적으로 11월 집단 면역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상반기 1200만명+알파(α)는 차질없이 접종할 것으로 본다"며 "초반엔 질병관리청이 부작용을 감안해 신중히 접근했는데, 이젠 조금 더 속도감 있게 접종을 진행하기 위해 시스템(체제)을 조금 바꿀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질병청이 지자체에 접종 대상을 통보하기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지만, 대상을 지자체 자율성으로 선정하고 방역 당국은 물량만 공급하는 형식으로 체제를 바꾼단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서울·평양 올림픽에 대해선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들어질 수 있으니, 그렇게 되면 올림픽 공동 주최와 유치 문제도 가능성이 열린다"며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불참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북한이 마지막까지 몸값을 올리는 '벼랑 끝 협상' 성격을 갖고 있단 점에서 경합 상태로 보고 있는 것으로 들려진다.

신임 방역기획관 기모란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정치 편향 문제에 대해선 유영민 실장이 논란에 대해 불쾌감을 피력했다.

유 실장은 "청와대에 오면 마치 벼슬을 하는 것처럼, 대단한 권력을 갖는 것처럼 외부에서 보는 것 같다"며 "기 교수는 우리가 설득해 모신 분인데, 그렇게 비춰져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문병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영훈 전 서울대학교 교수 등을 소회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유 본부장 배우자는 야당 의원인데, 나는 전혀 그런 걸 고려하지 않는다"며 "왜 그런 걸 신경써야 하느냐" 말했고, 문 전 의원에 대해선 자신에게 상당히 고약했는데, 배우자 민유숙 대법관을 등용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큰 처남은 극우 성향의 이 전 교수라는 걸 부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이나 종합부동산세 개정, 공시지가 관련 얘기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