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전기차 '인프라·기술' 선점…글로벌 시장공략
SK, 전기차 '인프라·기술' 선점…글로벌 시장공략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1.04.1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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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넷 EV 지분 55.5% 인수, 그룹 내 역량 결집
미국에 설치된 초급속 충전기.(사진=SK)
미국에 설치된 초급속 충전기.(사진=SK)

투자전문회사 SK가 친환경 전기차 인프라와 기술 선점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SK는 글로벌 선도 초급속 충전기 제조회사인 한국 시그넷 EV를 인수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유럽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인 폴스타(Polestar)에도 투자한다고 15일 밝혔다.

SK는 첨단소재, 그린(Green), 바이오(Bio), 디지털(Digital) 등 4대 핵심 사업을 추진하며 동박,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전기차 시장의 핵심 소재와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왔다. SK는 시그넷 EV 인수와 폴스타 투자를 통해 전기차 소재 사업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과 글로벌 완성차 기업 투자까지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하게 됐다.

2016년에 설립된 시그넷 EV는 350kW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해 2018년 세계 최초로 미국 인증을 획득한 기업이다. SK는 시그넷 EV 지분 55.5%를 2100억원 가량의 신주를 포함해 2930억원에 인수한다. 이를 통해 고품질 충전기 제조 역량을 확보한 뒤 그룹 내 역량과 결합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또 제품 경쟁력 강화와 해외 확장을 추진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그룹이 보유한 반도체와 정보통신 역량을 시그넷이브이의 충전기 제조기술에 접목시켜 앞으로 도래할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 선도적으로 대비할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은 다양한 보급형 모델 출시 등 본격적인 성장을 앞두고 있으나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오랜 충전 시간은 전기차 시장 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시그넷 EV는 350kW의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제조할 수 있는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다. 초급속 충전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50%의 이상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SK는 시그넷 EV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급속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해 전기차 충전사업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또 친환경 전기차의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전기차 충전기 글로벌 시장은 2021년 약 33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 220억달러로 연평균 24%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 사용자 다수가 빠른 충전을 원하는 만큼 충전 시장은 초급속 충전사업 중심으로 발전해 갈 것으로 보인다.

시그넷 EV는 지난 해 6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매출의 대부분은 초급속 충전기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해외사업이다. 시그넷 EV의 초급속 충전기 사업 해외 매출은 2018년 280억원에서 지난 해 51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SK는 그룹 내 역량을 활용해 시그넷 EV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기차 소비자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켜 나갈 예정이다.

한편 SK㈜는 최근 지리자동차그룹(Zhejiang Geely Holding Group)과 조성한 ‘뉴모빌리티 펀드(New Mobility Fund)’를 통해 폴스타에 약 6000만달러를 투자한다. 폴스타는 이번 투자자 모집을 통해 글로벌 주요 투자자로부터 총 5억5000만 달러를 유치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친환경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도 올해 하반기 진출을 검토 중이다.

폴스타는 안전의 대명사로 꼽히는 볼보(Volvo)가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하이퍼포먼스(High-performance) 전기차 제조사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테슬라 동급모델보다 더 높은 판매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2019년 하이브리드 전기차 ‘폴스타 1’을 시작으로 작년 순수 전기차 ‘폴스타 2’를 유럽과 중국 등에서 출시했고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아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폴스타 2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작년 목표치를 크게 상회한 2만여대를 판매했다. 폴스타는 라인업 확대와 함께 연간 10만대 이상 공급을 위해 중국 공장 증설에 나선다.

폴스타가 출시 첫 해부터 호평을 받으며 전기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이유는 우수한 안전성과 품질이다. 폴스타는 차량 충돌 시 배터리 팩이 자동으로 분리되는 유일한 전기차다. 볼보의 엄격한 안전 기준과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또 볼보의 전용 모듈 플랫폼(CMA)에서 생산돼 프리미엄 SUV인 ‘XC’ 시리즈 수준의 높은 품질과 고급스러운 디자인도 갖췄다.

폴스타는 ‘전기차 기술 플랫폼’으로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전기차 기술 패키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다수 글로벌 완성차에 기술 라이선스 판매 사업 모델도 가능할 전망이다. SK는 폴스타와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SK는 왓슨(Wason)과 차세대 전력 반도체 제조사 예스파워테크닉스 등 친환경 미래차 시장 핵심 소재·기술부터 그랩(Grab), 투로(Turo) 등 혁신 모빌리티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왔다”며 “시그넷 EV 인수와 폴스타 투자 등을 통해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