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戰⑦] 배하준 vs 김인규 맥주시장서 '왕좌의 게임'
[CEO戰⑦] 배하준 vs 김인규 맥주시장서 '왕좌의 게임'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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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오비맥주 독주에 하이트진로 1위 탈환 본격화
배하준 1등 '카스' 투명병 도입, 신제품 '한맥' 출시로 방어
김인규 히트작 '테라' 필두 '맥스·하이트' 앞세워 집중 공략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좌)와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우). (제공=각 사)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좌)와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우). (제공=각 사)

배하준(Ben Verhaert, 43) 오비맥주 대표와 김인규(59) 하이트진로 대표는 올해 맥주시장 왕좌를 두고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다. 김인규 대표가 ‘테라’를 앞세워 ‘카스’ 천하였던 맥주시장에 균열을 일으키며 바짝 뒤쫓자, 배하준 대표는 신제품 ‘한맥’ 출시에 이어 카스의 깜짝 투명병 도입으로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하준 대표와 김인규 대표는 맥주시장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제각각 승부수를 던지며 지략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하이트진로의 ‘하이트’가 국내 맥주시장을 석권했지만 2011년부터 현재까지 10여 년간 오비맥주의 카스가 1등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간의 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맥주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증권가 추정)은 오비맥주 50%대 초반, 하이트진로 40% 초반이다. 3년 전인 2017년 당시엔 각각 60%대 초반과 30%대 초반이었다. 

배하준 대표는 K-라거(Lager) 콘셉트의 한맥(Hanmac) 출시에 이어 1등 브랜드 카스 프레시의 투명병 도입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방어에 나섰고, 김인규 대표는 테라를 필두로 ‘맥스’와 ‘하이트 엑스트라콜드’ 등 기존 라인업을 재정비하며 1위 탈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취임 2년차를 맞는 배하준 대표는 카스와 한맥 쌍끌이로 1등 맥주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더욱 굳히겠단 계획이다. 카스는 오비맥주 전체 매출의 약 8할을 차지한다. 오비맥주가 장기간 국내 맥주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지킬 수 있었던 배경엔 카스가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6월과 12월에 각각 카스 프레시(Cass Fresh)와 카스 라이트(Cass Light) 맥주의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하며, 더욱 신선하면서도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올 3월엔 카스의 리뉴얼 버전인 ‘올 뉴 카스’를 내놨다. 디자인 면에서 투명병을 새롭게 도입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배 대표는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단순함’과 ‘투명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카스의 청량감과 신선함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병으로 전격 교체했다. 올 뉴 카스는 지난달 말 서울과 수도권 판매를 시작했고, 이달 중순부턴 전국으로 유통망이 확대된다.  

배 대표는 올 뉴 카스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올 뉴 카스는 카스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투명병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라며 “올 뉴 카스 출시를 발판 삼아 1위 이상의 맥주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초에 첫 선을 보인 한맥도 배 대표가 야심차게 기획한 제품이다. 한맥은 오비맥주의 ‘대한민국 대표라거 프로젝트’로 발굴된 제품으로, 한국인 입맛을 겨냥해 맥아와 함께 고품질의 국산 쌀을 함유한 게 특징이다. 카스로 대표되는 오비맥주의 청량함을 한맥에 접목시키면서도, 더욱 상쾌한 맛을 배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지도를 빠르게 높이고자 배우들 중 가장 몸값이 비싼 이병헌을 모델로 발탁했다. 

배하준 대표가 지난 3월 ‘올 뉴 카스’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제공=오비맥주)
배하준 대표가 지난 3월 ‘올 뉴 카스’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제공=오비맥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지난 2019녀 3월 ‘테라’ 출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한 모습. (제공=하이트진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지난 2019녀 3월 ‘테라’ 출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한 모습. (제공=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김인규 대표는 테라를 쥐고 1위를 탈환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19년 3월에 출시한 테라는 2년 만에 판매 16억5000만병을 돌파하며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유흥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된 가운데서도, 테라 판매량은 전년보다 78% 늘었다. 가정용 시장에선 이보다 높은 12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테라의 선전으로 하이트진로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40%대로 회복했고, 지난해를 기점으로 맥주사업은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회사 매출액(연결기준)도 전년보다 10.9% 늘어난 2조2563억원, 영업이익은 125% 성장한 1985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하이트맥주·진로 합병 이후 최대 실적이다.

김 대표는 이제 맥주시장 1위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테라 출시 당시 맥주시장 공략을 위한 출사표를 던지면서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5년을 준비해 테라를 출시했다”며 “하이트의 성공신화를 재현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 따르면, 테라는 공격적인 영업력으로 서울과 수도권 유흥시장을 중심으로 주도권을 가져왔다. 특히, 강남과 홍대, 여의도 상권에선 60~70%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MZ세대로부터 ‘대세 맥주’로 인정받은 영향이 컸다. 다만, 강원·충청 등 지방 상권에선 아직 카스보다 힘이 부쳐 기대에 못 미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올해 지방 상권까지 테라의 인지도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영업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맥스와 하이트 엑스트라콜드 등 최근에 새단장한 기존 제품을 앞세워 충성 소비층을 넓히겠단 복안이다. 

2006년 출시된 맥스는 맥주 특유의 크림 거품을 선호하는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지난해까지 46억캔 이상 판매됐다. 테라 이전 대표격이었던 하이트 엑스트라콜드는 1993년 출시 이후 500억캔 판매를 앞둔 스테디셀러다. 하이트는 지방에서 여전히 인지도가 높고 충성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 강점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