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집주인이 건물수리 거부하면 직접 고치고 월세에서 빼면 돼
[기고 칼럼] 집주인이 건물수리 거부하면 직접 고치고 월세에서 빼면 돼
  • 신아일보
  • 승인 2021.04.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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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 변호사
 

“세입자입니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해서 현재 3년째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추운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 나서 건물주에게 수리를 요청했어요. 건물주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해서 어쩔 수 없이 제 돈으로 수리했습니다. 건물주에게 수리비용을 청구해도 일체 응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건물이 고장 났는데 집주인이 즉각적인 수리의무를 이행해 주지 않아 몸과 마음까지 고생하는 세입자들이 수두룩하다. 이 때는 집주인이 집사용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된다. 집주인의 의무를 기억한 상태에서 세입자가 직접 수리를 한 뒤 수리비용을 월세에서 빼고 나머지 월세만 지급하면 된다.

임대차는 타인의 건물을 빌려 사용·수익하고 그 대가로 월세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다(민법 제618조). 임대차계약에서 집주인은 건물을 계약존속 중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623조). 집주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는 세입자의 차임지급의무와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다. 집주인이 이 의무를 불이행하면 세입자는 사용수익에 지장이 있는 한도 내에서 차임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실제로 세입자의 돈으로 집을 수리했다가 월세를 내지 않은 판례가 있다(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6다227694, 판결).

집주인 A가 집을 수리해 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세입자 B는 1500만원을 들여 집을 수리했다. B는 수리 후 A에게 수리비는 월세에서 차감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2개월 이상 월세를 내지 않았다. 집주인 A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가 2기에 달하는 월세를 내지 않았다며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건물을 비워달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세입자 B는 월세를 내지 않은 게 아니라 수리비를 차감한 것이라고 맞섰다.

대법원은 “건물의 보존을 위한 비용은 필요비인데, 필요비는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세입자가 필요비를 지출하면, 집주인이 돌려줄 책임이 있다”며 “집주인의 필요비 지급책임은 세입자의 차임지급의무와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세입자는 지출한 필요비 금액만큼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세입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월세를 2기분 이상 연체했지만 그것이 해지사유가 되는 2기분 연체에 해당하지 않았다. 즉 월세를 2기분 이상 안 낸 것은 수리비용을 못 받았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판결을 한 것이다.

집주인이 수리를 즉각 해주지 않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세입자가 우선 수리하고 수리비용을 요청하면 된다. 세입자가 매월 월세를 납부하는 경우라면, 내야할 월세에서 차감하면 된다. 월세를 내지 않고 보증금만 있는 세입자라면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추가로 수리비용까지 청구하면 된다. 

전세금 반환소송이란 받지 못한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대법원이 발표한 2020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전세금반환소송의 건수는 5천703건으로 집계됐다. 전세금 반환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전세금반환소송 센터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무료상담만 2015년부터 현재까지 1천83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은, 집주인이 고장 난 보일러를 수리해 주지 않을 때 세입자는 직접 수리비용을 내고 수리하면 된다. 이 후 수리비용을 집주인과 정산하면 되는데, 월세를 내고 있다면, 내야 할 월세에서 보일러수리 비용을 공제하면 된다. 

/엄정숙 변호사

△엄정숙 변호사 프로필

- 제39기 사법연수원 수료
- 현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현 부동산 전문변호사
- 현 민사법 전문변호사
- 현 공인중개사
- 전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위촉
-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 전 서울시청 전, 월세보증금 상담센터 위원
- 저서 : 명도소송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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