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방지법, 통과 본궤도… 190만 공직사회 '개선' 시동
이해충돌방지법, 통과 본궤도… 190만 공직사회 '개선' 시동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4.1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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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 개념에 지방의원 등도 대거 포함
직계존·비속 합할 시 적용 대상 '500만명' 추정
토지·부동산 보유·매수 땐 '14일 이내' 신고해야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4차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성일종 소위원장(왼쪽부터)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삼석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4차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성일종 소위원장(왼쪽부터)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삼석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조만간 임시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국회가 9년 만에 제 살을 깎는 셈이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2소위는 지난 14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사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2013년 처음 나왔지만, 여야는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오다 올해 3~4월 여덞 차례의 정무위 법안소위 회의를 거치며 절충점을 찾았다. 부동산 관련 공직자 비위 사태에 대한 여론 공분이 크다는 게 법안 심의 속도를 올렸다는 평가다.

제정안은 공직자의 사적 이익 추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골자다. 국가기관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 산하 직원, 지방의회 의원 등 약 190만명의 공직자가 적용 대상이다.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등 가족까지 합하면 실제 적용 대상은 더 늘어난다.

법안소위는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제출한 정부안과 유동수·이정문·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진교·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제출한 5개 의원안을 병합 심사했다.

여당은 LH 사태로 국민적 공분이 크다는 점에서 3월 내 입법을 목표로 처리에 속도를 내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야당은 제정법이기에 하자나 부작용,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고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주요 쟁점은 △공직자와 가족의 범위에 직계존비속을 넣을지 여부 △직무 관련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를 공직자 윤리법이 아닌 이해충돌방지법에도 넣을지 여부 등을 놓고 최근까지도 설전을 벌였다.

결국 가족을 규정하는 범위에 있어선 직계존비속을 포함시키는 범위를 각 조항마다 다르게 규정하기로 했다.

가족 규정 범위는 △'사적 이해관계의 신고'의 경우 공직자 자신과 민법에서 규정하는 가족의 범위(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공공기관 직무 관련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의 경우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 공직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비속까지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또 △'직무 관련자와 거래신고와 수의계약 체결 제한의 경우'에는 공직자와 공직자 배우자, 공직자 본인의 직계존·비속과 생계를 같이하는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가족 채용 제한'에선 공직자 자신과 민법에서 규정하는 가족까지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입법부는 나아가 정부안과는 다르게 직무 관련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 또한 조항에 포함하기로 했다.

지난 3월 통과한 공직자 윤리법에 공직자의 재산 신고 내용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국회 일각에선 '과잉'이란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해충돌방지법에도 해당 내용을 담아 공직사회 비위 근절을 위해 더욱 강력히 조치하겠단 의지를 내비쳤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해충돌방지법안 관련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앞서 성일종 소위원장(오른쪽)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해충돌방지법안 관련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앞서 성일종 소위원장(오른쪽)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사태와 관련해서도 채찍을 들었다. 부동산을 직접 취급하는 공공기관의 공직자는 자신이나 배우자 등이 해당 공공기관의 업무와 관련한 모든 부동산을 보유·매수하는 경우 그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기타 공공기관의 공직자는 자신이나 배우자 등이 해당 공공기관이 택지개발·지구지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동산 개발 업무를 하는 경우 관련 부동산 보유·매수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 제한 시간은 14일 안으로다.

공직자가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이나 7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런 제한은 공직자 퇴직 후 3년까지 적용하고, 해당 정보로 이익을 얻은 제3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

고위공직자의 범위는 당초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지지체장·교육감, 공공기관의 장 등을 포함하는 정부안에서 확대했다. 지방의회 의원과 정무직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도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적용 대상에서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은 빠졌다. 필요하다면 사립학교법과 언론관계법 개정을 통해 의원 입법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또 국회의원에 대한 규제는 국회의원의 의무와 금지 조항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서 다루기로 했다. 여야는 이해충돌방지법의 고위공직자 개념엔 국회의원도 포함시켰지만, 세부 규제 조항엔 국회의원 업무와 관련 내용을 넣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회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운영위원회는 4월 안으로 전체회의와 소위를 열어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욱 의원은 법안소위 논의 후 "전반적으로 정부가 제출한 법안보다 훨씬 더 강화한 형태로 합의했다"며 "국민의 부동산 투기 근절과 부정비리 척결에 대한 열망에 여야가 모두 응답했다"고 소회했다.

소위원장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반부패법이 그간 사후 처벌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이해충돌방지법은 사전적으로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고민하고 입법했단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공직자에 대한 이해충돌 문제가 기업 투자와 토지·부동산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해 거래신고대상을 확대하고, 가족 채용을 제한하고, 수의계약체결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제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에 회부되고, 이를 처리하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거친다. 이후 임시국회 본회의에 부의·상정하고 표결할 예정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