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일본 편… 문 대통령, 믿을 건 '국제소송'
미국도 일본 편… 문 대통령, 믿을 건 '국제소송'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4.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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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일본대사와 환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항의
美 "기준 부합" 日 용인… 文, 참모진에 '국제재판' 검토 지시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기념촬영 위치에 서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를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기념촬영 위치에 서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를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과 관련해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에게 항의하고,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를 참모진에게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3개국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후 환담회에서 아이보시 대사에게 "이 말씀을 안 드릴 수가 없다"며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출 결정에 대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하는 한국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본국으로부터 파견 받은 대사와의 '환담'에서 주재국 원수가 불편한 비판을 내놓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이보시 대사에게 "한국 정부와 국민의 우려를 잘 알 것"이라며 "본국에 잘 전달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회의에서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이번 결정에 대한 잠정조치를 포함한 제소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앞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자로 시설에 빗물이나 지하수가 유입돼 하루 평균 14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원전 안에 있는 1050기의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지난달 18일 기준 125만톤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이미 저장 공간의 90% 이상이 오염수로 가득 찼고, 내년 가을쯤 탱크의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해상방류 방침을 확정했으나, 어민 단체가 강력히 반발하자 두 차례나 결정을 미루다 이번 각료회의(국무회의)에서 오염수 해양 방출을 공식화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처리수의 처분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를 진행함에 있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안전성을 확보하고, 풍평피해(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 대책을 철저히 하는 것을 전제로 해양 방출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알렸다.

오염수 방출 시설 건설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승인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방출은 약 2년 후가 될 전망이다. 방출이 시작되면 일본 정부가 폐로 작업 완료 시점으로 내걸고 있는 2041~2051년까지 20~30년에 걸쳐 계속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의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며 사실상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한미일 공조가 관건이지만, 일본의 이같은 방침과 미국의 일본 옹호에 3국 관계는 더욱 미궁으로 빠지는 양상이다. 나아가 한국 정부 입장에선 뾰족한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국과 IAEA는 오염수 방류가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는 말에 "우리 정부가 다른 나라 입장을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다만 "일환으로 국제해양법재판소 잠정조치를 포함해 제소하는 방안을 법무비서관실에서 검토에 들어갔다"며 "해양법과 관련한 국제 협약 등에 따르면 재판소는 잠정조치 요청이 있을 경우 분쟁당사자 이익을 보전하고 해양 환경에 중대한 손상이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잠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정조치는 일종의 가처분 신청을 말한다.

한편 제1야당은 일본의 이번 행태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질책성 발언을 내놓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출 결정이나, 태도 모두 용납하기 어렵다"며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정부 대응을 따지고, 국회 차원의 대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우리 정부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어떤 구체적 노력을 해왔는지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책망하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