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상이몽(同床異夢)
[기자수첩] 동상이몽(同床異夢)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1.04.1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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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정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내달 2일까지 3주간 연장하는 방역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가 유지됐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는 물론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제한 조치 역시 그대로 적용된다. 

현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규모는 하루 600~700명대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정부가 ‘4차 유행’을 공식화하기까지 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방역대책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점은 수도권과 부산 등 거리두기 2단계 지역에 대해 내려진 유흥시설 집합금지 조치다. 관내 유흥시설이 방역수칙을 자율적으로 철저하게 준수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집합금지 조치를 ‘오후 10시까지 운영시간 제한’으로 완화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으나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부산시에 있는 룸살롱, 클럽, 나이트 등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헌팅포차, 감성주점, 콜라텍, 무도장, 홀덤펍 등 유흥시설은 사실상 영업이 금지됐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다시 커지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방역에 대한 국민들의 긴장감 완화를 꼽는다. 실제로 주말을 맞아 거리두기 단계가 낮은 지역으로 이동해 술을 마시는 ‘원정 회식’이 등장했고, SNS를 통해 비밀 영업을 하는 클럽이 적발되는 등 각종 꼼수가 성행하고 있다. 거리두기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이 나름대로 적응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서울시의 행보가 시선을 끈다.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유흥시설 등의 야간 영업을 일부 허용키로 한 것이다. 정부 방침대로 같은 시간에 영업이 끝나면 많은 시민들이 동시간대에 몰릴 수밖에 없어 오히려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설명이다.

지난 1월 대구시는 독자적으로 유흥시설과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가 아닌 11시까지로 두 시간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경북 경주시도 카페와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 늘린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같은 계획은 모두 공염불에 그쳤다.

부산 유흥업소 관련 확진자가 4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강남의 불법 유흥업소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한 클럽 직원과 손님 등 200여 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천편일률적인 방역조치가 능사는 아니지만 지금은 정부와 지자체, 국민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싶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