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미국 물가 상승 폭 당분간 확대…장기적 급등세는 아냐"
한은 "미국 물가 상승 폭 당분간 확대…장기적 급등세는 아냐"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1.04.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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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후 급락 따른 반사효과·보상소비 증가 등 영향
기대인플레이션 안착·완전고용 회복 지연 등은 오름세 제한
미국 재정지출 확대 시 성장경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성장경로는 미 의회예산국 2020년 1월 전망치 기준. (자료=Edelberg and Sheiner/한은)
미국 재정지출 확대 시 성장경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성장경로는 미 의회예산국 2020년 1월 전망치 기준. (자료=Edelberg and Sheiner/한은)

한국은행이 미국 물가가 앞으로 몇 개월간 상승 폭을 빠르게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급락한 물가 상황에 따른 반사효과와 보상소비 증가 등에 따라 물가가 빠르게 오를 것으로 봤다. 그러나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고, 완전고용 목표 수준 회복이 더딘 점을 고려하면 미국 물가가 장기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11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 주간 정보지에 따르면, 최근 미국 경제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 추진과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영향으로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

여기에 추가 재정지출 방안이 예정돼 있어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을 비롯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는 작년 말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은 뉴욕사무소가 미국 현지 상황을 살핀 결과, 서비스 가격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팬데믹 이후 급락했던 재화 가격은 빠르게 낙폭을 줄이더니 상승 전환했다. 품목별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최근 물가 상승을 주도한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높아진 식품값도 전반적 물가 수준을 높였다.

김태경 한은 뉴욕사무소 차장은 "향후 인플레이션 발생 확률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거의 복귀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수준도 금년 들어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앞으로 몇 달간 미국 물가는 작년 대폭 하락에 따른 반사효과와 투입 요소 가격 상승, 보상소비 증가 등으로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대인플레이션 안착과 완전고용 회복 지연 등으로 중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은 데다 다른 선진국 경제회복 지연과 달러화 강세 등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강한 오름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미국 물가 여건을 수요·공급·구조적 측면에서 나눠 분석했는데, 우선 수요적 측면에서 보면 팬데믹 확산이 진정되면서 경제활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소비가 빠르게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민간 저축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소득 기반이 강화된 데다 최근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도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비스 소비 정상화 지연과 재정 측면 소비 진작 효과 한계 등은 수요자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것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숙박과 항공 등 대면 접촉 경제활동이 제약되고, 서비스 가격 중 비중이 가장 큰 임대료가 아직 오름세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급 측면 물가 여건을 보면 팬데믹으로 충격을 받은 대내외 공급망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제조업 재고 축적으로 원료 수요가 늘어나며 일부 공급 채널에서 병목 현상이 나타나는 등 투입 요소 가격이 전체적으로 불안한 모습이다.

한은은 원유와 금속, 반도체 등 주요 원자재 및 부품 가격이 최근 강한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미국 수입 물가도 올해 들어 상승으로 반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투입 요소 가격 상승은 기저효과와 공급 병목 등 일시적인 요인에 주로 기인하는 만큼 기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책. () 안은 2020년 GDP 대비 규모. (자료=한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책. () 안은 2020년 GDP 대비 규모. (자료=한은)

이 밖에도 한은은 미국의 구조적인 물가 여건에 대해 저임금 신흥국의 저가 제품 공급과 생산·유통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 중앙은행 물가 안정 공약 등 팬데믹 이전 저물가 기조를 지탱한 하방 압력이 여전히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자동화 확산은 생산성 증대를 통해 원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이커머스(e-commerce) 일반화도 거래비용 감소와 경쟁 심화 등을 통해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신흥국 경제 성장, 세계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기조적 물가 하방 압력 요인이 점차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경 차장은 "향후 팬데믹 진행 경과, 원자재 가격 동향, 재정 지출 시기·구성·승수효과 등 다수의 불확실성 요인이 존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서비스 부문 회복 상황,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변화 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