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폐지 '뉴 삼성' 시험대…임금 추가인상 목소리 커져
무노조 폐지 '뉴 삼성' 시험대…임금 추가인상 목소리 커져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4.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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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조, 임금교섭 요구서 제출…7.5% 합의 외 추가 요구
삼성 노동조합 이미지. (사진=삼성)
삼성 노동조합 이미지. (사진=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난해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노동조합과 상생을 공언한 ‘뉴 삼성’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전자 노조는 회사가 올해 직원 임금을 지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지만,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 최대 규모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최근 사측에 임금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노조로부터 임금교섭 요구서를 받은 회사는 임금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최근 고용노동부에 교섭 절차에 관한 실무사항을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회사는 지난달 25일 노사 자율조직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기본인상률 4.5%, 성과인상률 3.0% 등 평균 7.5%의 임금 인상을 합의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 합의와 별개로 추가 인상을 주장하며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3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고 주요 경영진 연봉은 2배 이상으로 오른 점을 들며 임금교섭에서 최소 10%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노조는 전국 사업장에서 ‘임원연봉 순위 1위, 직원연봉 순위 48위’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노조 홍보활동을 벌이며 임금교섭에 참여할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출범한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해 12월까지 조합원 수가 1500여명 규모였다. 하지만 올해 초 삼성전자 임금인상 수준을 두고 논란이 되면서 조합원 수가 현재 2500여명 수준으로 늘었다.

노조는 현재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산정방식과 포괄임금제를 지적하며 체불임금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다수의 법무법인과 접촉하며 연장·야간근로수당의 책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과 연장·야간·휴일수당을 미리 정해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산정 방식에 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노조의 경우 지난해 12월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뒤 최근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노조는 지난해 12월 조합원·비조합원 4000여명을 모집해 ‘고정시간 외 수당’과 ‘개인연금 회사지급분’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그동안 미지급한 임금을 정산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는 지난달 일부 직군에 한해 노조가 주장한 ‘고정시간 외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하기로 하고 최근 3년 치 수당을 재산정해 지급한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노조는 ‘통상임금 소송’ 2차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으며 조만간 추가 소송을 제기한다.

최근 이 같은 삼성전자 노조의 활발한 움직임은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과 맞물린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더는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 부회장의 노조 상생 공언 이후 단체협약 교섭을 요구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혀갔으며 올해 임금협상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노조와 단체교섭에서 갈등이 빚어지면 파업 등 노동쟁의가 발생하고 통상임금 소송 등 법률적 문제제기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계기로 지난해 출범한 준법경영 감시 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