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행장만 믿었는데"…기업은행 노조, 뒤통수 맞고 분노
"윤종원 행장만 믿었는데"…기업은행 노조, 뒤통수 맞고 분노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4.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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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후보 제청 과정서 소통 없었다"며 독단적 결정 비판
은행 관계자도 "과정 확인 어려워"…행장만 아는 깜깜이 인사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 (사진=기업은행·신아일보DB)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 (사진=기업은행·신아일보DB)

기업은행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무산되자 기업은행 노조가 "분노한다"며 입장문을 냈다. 노조는 윤종원 은행장이 사외이사 관련 기자회견과 성명 공표를 가로막더니 노조를 기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을 언론에도 철저히 함구하며 윤 행장만 바라보던 노조는 결국 뒤통수를 맞는 꼴이 됐다. 기업은행 사측 관계자 조차 후보 제청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사외이사 후보 선정이 노조 관계자도 기업은행의 공식 입장을 전하는 내부 관계자도 모르는 윤 행장만의 깜깜이 인사로 이뤄졌다.

9일 기업은행노동조합은 입장문을 통해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물거품 됐다며,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조를 기만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기업은행 사외이사로 김정훈 단국대학교 행정복지대학원 겸임교수와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를 최종 임명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임기가 만료되는 2명의 사외이사 자리를 채우기 위해 기업은행노조는 지난 2월 후보 3명을 행장에게 추천했다.

윤종원 행장은 노조가 추천한 후보 중 1명을 포함해 최종 후보 4인을 금융위에 제청했다. 금융위원장은 최종적으로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는데, 여기에 노조가 추천한 후보는 없었다. 노조는 행장에 추천한 후보 3인 중 2명이 왜 제외됐는지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기업은행노조 관계자는 "윤 행장의 진심을 믿고 3인의 후보를 행장에게 추천했다"며 "사외이사 최종 선임에 대한 내용도 언론에 공표되기 직전에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금융위에 제청된 노조가 추천한 인사 1인은 부적격 사유로 사외이사에서 배제됐다"며 "행장이 제청에서 제외한 후보들에 대한 피드백을 듣지 못했고, 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노조와 소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은행노조는 지난 1월 '노조추천이사제 대국민 캠페인'을 계획하고 후보자 국민 공모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은행 측에서 "도입될 것이니 공론화하지 말아달라"고 했고, 사외이사 교체를 앞두고는 "노조가 좋은 후보를 추천해달라"고도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도입 의지를 분명히 밝히라"는 노조 성명 공표를 가로막으면서도 은행에서 재차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추진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그동안 기업은행 노조는 사외이사 후보 선임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언론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도 비공개로 진행되는 부분이라며 대부분 내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연락조차 받지 않았다.

이번 사외이사 후보 제청 과정에서 소외된 것은 노조뿐만이 아니다. 기업은행의 공식 입장을 전하는 창구 조차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를 제청하면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제대로 된 확인을 하기 어렵다"며 "추천된 인사 중 전문성 등을 바탕으로 금융위에 후보를 제청했다"고 말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