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野 한계 두 번이나 사퇴… 재보선 후 '고진감래'
4·7 재·보궐 선거 성적표를 받은 여야 원내대표는 더이상 의정 협상 자리에선 얼굴을 마주하지 않게 됐다.
지난해 21대 국회에 들어선 후 법안 처리 강행을 주도했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표직은 물론 대표 직무대행 자리까지 내려놓고 물러난 반면 거대 여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속앓이를 했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수 갈채 속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게 됐다.
8일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저희의 부족함으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렸다. 결과에 책임지겠다"며 지도부 총 사퇴를 알렸다.
김 원내대표는 "저희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민주당 혁신에 헌신하겠다"며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깊은 나무처럼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쇄신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후 국회의장단과 원 구성, 상임위원회 배정 협상에서 야당을 패싱(배제)했던 김 원내대표는 이후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추가경정예산안, 임대차 3법 등 각종 여권발 법안을 처리 강행한 바 있다.
민주당은 현재까지도 174개 의석을 갖고 있는 거대 여당이지만, 결국 이번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입법 독주를 할 때마다 내세웠던 "국민의 명령"이란 단골 발언은 명분을 상실하게 됐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임기 초반부터 김 원내대표의 독주 때문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 지난해에는 야당 한계에 직면하자 회의를 느끼고 사찰에 칩거하기도 했다.
이번 재보선 승리로 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 진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실감했다는 점에서 자만을 경계하고, 긴장감을 놓진 않겠단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은 국민의힘이 잘해서, 예뻐서 지지한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당과 정권이 워낙 민심과 어긋나는 폭정을 해 심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승리에 도취하지 말고 정신 차리고, 낮은 자세로 열심히 하라는 충고, 겸손하라는 충고를 받았다"며 "의원·당원 모두 이를 명심하고 행동 하나하나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은 정권 쟁취만 목적으로 하는 정당은 안 좋아한다"며 "우리가 정권을 꼭 잡아야 한다고 해서 정권이 오는 것이 아니다"고 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