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판세] 관건은 '5%의 법칙'… 與 '조직' vs 野 '여론'
[재보선 판세] 관건은 '5%의 법칙'… 與 '조직' vs 野 '여론'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4.0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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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층 70% 결집하면 투표율 50% 넘어도 무방"
국민의힘 "압도적인 여론에 15%p 격차 나올 것" 자신감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서울의 미래를 거짓말과 무책임에게 다시 맡길 수 없단 걱정을 표에 담아주신 것"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난 10년 서울시정, 지난 4년 문재인 정부의 행태가 위선적이었다는 게 나타나 젊은층이 드디어 분노하기 시작"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4·7 재·보궐 선거 마지막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6일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격전 중인 두 후보는 사전투표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치권은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포함해 총 투표율이 45% 미만일 경우 여당 후보가, 50%를 넘길 경우 야당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른바 '5% 룰(법칙)'이다.

◇'정권수호' vs '정권심판' 아닌… '혐오' 후보·정당 낙선시키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실시한 재보선 사전투표율은 20.5%로, 서울에선 21.9%의 시민이 국민의 권한을 행사했다. 7년 만에 경신한 역대 최대의 재보선 사전투표율이다.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사전투표율이 견조한 성적을 낸 배경에는 '양자' 대결이 있다. 다만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이 아니라 상대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반감과 증오심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사실상 '저 사람만큼은, 저 당만큼은 안 된다'라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당에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행과 공직자 땅 투기 사태가 공분의 뇌관을 건드렸다. 나아가 당 지도부나 일부 의원이 적반하장식 행태로 맞서면서 사실상 '국민정서법'을 위반한 게 여론의 화를 키웠다.

반대로 제1야당은 여전히 안 된다는 목소리가 40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실책이 커도 국민의힘에는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완고함이다.

4·7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4·7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與 "50% 넘어도 승산… 지지층 70% 투표하면 돼"

전문가와 평론가 사이에선 이번 재보선 전체 투표율이 40~50% 구간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총 투표율에 대해 "49~50%를 기준점으로 보고, 이보다 낮으면 이른바 스윙보터(유동층)인 20대나 중도층이 덜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 양측의 고정 지지층, 확실한 지지층이 투표를 많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이보다 높아지면 스윙보터나 정치 고 관여층 다음으로 중 관여층이나 저 관여층도 투표할 수 있다"며 "이 계층은 국민의힘 오 후보 지지층이 조금 더 많아 (투표율이) 50%를 넘으면 국민의힘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은 최종 투표율이 50% 안팎일 거라고 전망하면서도 이런 투표율이 '절대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당 안에선 "지지층 70%만 투표장에 나와도 역전승이 가능하다"고까지 내세우고 있다.

근거는 지난해 치른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다. 당시 민주당의 서울 득표수는 총 305만표다. 이번 재보선에서의 서울 유권자는 약 842만명으로, 투표율이 50%일 때 총 투표수는 약 411만표다. 지난해 총선에서 얻은 305만표 가운데 70%가 다시 민주당을 선택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이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오래 전부터 3% 내외의 박빙 승부를 예측했다"며 "말하지 않던 우리 지지자가 말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노원구 노원역에서 집중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노원구 노원역에서 집중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野 "15%p 격차 예상… 유권자가 與 조직력보다 강해"

국민의힘은 전문가·평론가와 마찬가지로 승기를 잡는 기준선을 투표율 50%로 잡고 있다. 유권자 과반이 투표하면 여론으로 여당 조직력을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서울 지역 국회의원 49명 중 41명은 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시의원 109명 중에선 101명이, 서울 내 행정구청장 25명 중 24명까지 민주당이란 점에서 진보권의 조직력은 국민의힘을 앞설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투표율이 낮으면 풀뿌리 조직력이 힘을 발휘하고, 정치 바람은 기대하기 힘들다.

관건은 여당에 등을 돌린 20·30대와 중도층이다. 지지 기반인 장·노년층의 적극적인 정권교체 투표와 결합하면, 최근까지 있었던 전국단위선거 4연패 과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 때문인지 오 후보 역시 청년층에 대한 구애에 비중을 두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에서 오 후보가 안정적인 두 자릿수, 15%포인트 이상 격차로 박 후보를 이길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당은 꾸준히 정밀한 여론조사를 한다"며 "선거 2~3일 전 표심이 틀린 적이 없는데, 저희는 압도적인 차이가 유지되거나 더 벌어지는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 위원장의 박빙 승부 예상엔 "희망사항"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재보선 결과에 대해 "잘 될 것"이라며 "오 후보가 승리한다는 걸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덧붙여 "부산도 마찬가지"라며 부산·서울 다 국민의힘이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일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경춘선 숲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 후보, 김종인 중앙선대위원장,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일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경춘선 숲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 후보, 김종인 중앙선대위원장,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與 조직력, 기존 단체와는 완전히 달라"… 경고 목소리도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불안감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웅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박 후보가 선거법을 어겨가면서 '사전투표에서 이겼다'고 말하는 것이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다"며 "어쩌면 지금까지 했던 말 중 유일한 진심일지도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 진보 정당의 중진 의원은 "민주당은 국회·구청장·시의회를 다 장악한 이후 자신들의 조직을 만드는 데 총력을 다했다"며 "그 조직을 다 합치면 수십만이 넘고, 가족까지 합치면 100만명이 넘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해당 의원은 또 "그 조직들은 기존의 단체와는 완전히 다르다. 온전히 민주당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활동한다"며 "그 조직이 있어야 회의 수당이라도 받는데, 민주당을 위해 총력을 다하지 않겠느냐"고 피력했다. 덧붙여 "국민의힘이 여론조사만 믿고 그 조직력을 우습게 보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왼쪽) 4·7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 유세에 나서고 있다. (오른쪽)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인근에서 유세를 마친 뒤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왼쪽) 4·7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 유세에 나서고 있다. (오른쪽)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인근에서 유세를 마친 뒤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