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풍향⑩] 강남·서초·송파·강동, 샤이 보수 '슬금슬금'
[재보선 풍향⑩] 강남·서초·송파·강동, 샤이 보수 '슬금슬금'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4.0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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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권 최후의 보루 강남… "오세훈 만들자" 결집세
'개혁보수' 서초, 오세훈에 유리… 사전투표서 '저력'
'인구 최다' 송파, 사전투표율 3위… '사수' vs '심판'
진선미 망언에 상처 받은 강동… 투기 공분 작용할까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동문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집중 유세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동문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집중 유세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언제부턴가 한강 이남에서 '나는 보수다'라는 건 대한민국 상위 계급이자 부유층이란 걸 우회적으로 피력하는 표증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투표가 부끄러워 숨었던 보수 유권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가운데 이번 4·7 재·보궐 선거에서 결집 저력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신아일보>는 5일 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강동구에서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를 분석했다.

◇강남, 총선·지선서 보수정당 매질… 이번엔 감싸줄까

한강 동남부에 위치한 강남구와 서초구는 대한민국 부촌의 상징이자 높은 교육열의 상징이다.

정치권에서 이곳은 보수 정당 최후의 보루다. 나아가 이곳은 보수 정당에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진보 정당에선 중량급 인사가 나서도 당선 가능성이 적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이다.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타지역에선 보수 정당을 찍으면 뭇매를 맞을 정도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세로 올랐지만, 강남구만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조금이라도 더 표출했다. 지금까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계 후보를 한 번도 뽑아주지 않았던 서초가 당시 대선에서 문 후보를 36.43%를 지지하고, 홍 후보는 득표율 25.63%에 머물렀지만, 강남만큼은 문 후보 35.36%, 홍 후보 26.78%로 정통 보수 공당 지지를 피력했다. 개혁보수를 표방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평균 득표율 7.26%보다 많은 9.92%를 기록했다.

또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했던 지난 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도 강남은 오 후보를 적극 밀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오 후보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전체 득표율이 47.43% 대 46.83%로 1%포인트도 차이나지 않았다. 하지만 강남에서는 오 후보 59.94%, 한 후보 34.26%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전국적으로 몰아친 '문풍'을 꺾진 못했다. 7회 지선 때 정순균 민주당 후보가 장영철 자유한국당 후보를 1만3000표 차이로 따돌리고 강남구청장에 당선된 바 있다. 이전 2016년 20대 총선에선 전현희 민주당 후보가 강남 을 지역에서 승리하는 이변도 있었다. 일부 평론가는 이같은 결과를 보수권을 질책하기 위한 매질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에 대한 반감과 함께 개포동 일대 주공아파트 재건축이 끝나 원주민이 재정착하고, 고소득층이 유입한 덕에 21대 총선에선 미래통합당이 민주당 압승 속에서도 을 지역을 탈환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동문광장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동문광장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초, '샤이보수'와 '개혁보수' 저력 보일까

서초구는 민주화 이후 총선과 지선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곳이다. 진보 진영에선 정권을 잡아도 눈엣가시로밖에 작용할 수 없는 철옹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초 을 지역에선 미묘한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갑 지역은 반포동과 잠원동 등에 고가 아파트가 밀집했고, 고소득 자산가 등이 많이 거주한다는 점에서 보수세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을 지역에선 방배 2동과 양재동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방배 2동은 상대적으로 낙후했고, 양재 1·2동은 보금자리주택 등이 지어지면서 출·퇴근하는 젊은층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나아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내곡동 역시 보수 정당 우세에서 경합 양상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특히 보수 정당은 강남구에서 서울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비해 바른정당 창당 이후 바른미래당으로 이어지는 개혁보수 정당 후보의 경우에는 근소한 차이로 서초구에서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19대 대선에서 바른정당 유 후보는 10%를 득표했고, 7회 지선 때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22.43%를 얻었다. 서울 전체 득표율 19.55%, 강남에선 22.34%를 기록했다는 걸 감안하면 보수보단 개혁보수를 지지하는 젊은층의 표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보수층이 당시 분위기를 감안해 속내를 숨겼단 평가도 있다.

이번 선거에선 보수세를 힘입어 유권자가 적극 나설지 주목된다. 서초는 이번 재보선 사전투표에서 13.64%의 투표율을 보였다. 평균 12.30%보다 많은 수치다.

한편 서초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국민의힘 안에서 경선했던 조은희 구청장이 재선으로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조 구청장은 7회 지선 때 서울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자유한국당 구청장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오른쪽)와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부의 불공정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오른쪽)와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부의 불공정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파, 피해호소인·종부세 등 악재 쌓인 민주당

서울 남동부에 위치한 송파구는 전국 자치구 중 인구가 가장 많다. 통상 인구가 많으면 투표율도 올리기 힘든데, 이번에 사전투표를 많이 한 상위 3개 지역구 안에 송파구가 이름을 올렸다. 서울 유권자 842만5869명 중 184만9324명이 투표했고 평균은 21.95%인데, 종로(24.44%)·동작(23.62%)·송파(23.37%)로 나타났다.

종로구 인구는 13만2257명, 동작구 인구는 34만5047명이다. 송파구 인구가 56만7754명이란 걸 고려하면 엄청난 수의 유권자가 비를 뚫고 기표소로 향한 셈이다.

서울 안에선 강남 3구로 묶여 강남구·서초구와 보수세가 강한 걸로 정평이 났지만, 최근 들어 민주당계를 압도적으로 꺾진 못하고 있다.

또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갑·을 지역은 보수 정당, 병 지역은 진보 정당 지지세가 강하다. 나아가 7회 지선 때도 보수 심판론에 휩쓸려 구청장 자리를 20년 만에 민주당에 내줬지만, 갑과 을 지역에서 활동 중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배현진 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고, 병 지역 남인순 의원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폄하한 데 이어 고소장 유출로 뭇매를 맞았단 점에서 여당에 대한 반감이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나아가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가 부담스러운 은퇴층과 청년층이 많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기를 든 표심이 나올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웅·배현진 의원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웅·배현진 의원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환상 버려라"… 강동, 환상 대신 분노 표출할까

서울 동부에 위치한 강동구는 동쪽으로 경기도 하남시, 남쪽으론 송파구, 서쪽으론 광진구, 북쪽으론 경기도 구리시와 접한다.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과 맞붙어 있기 때문인지 최근에는 민주당이 의석을 가져가고 있다.

특이한 건 지금까지 치른 여섯 번의 대선을 보면 이곳에서의 승자는 곧 대통령 당선자다. △14대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 △15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16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17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18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19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 찍은 인물은 곧 대통령에 올랐다.

총선에선 정계 영향력이 있는 인물보단 지역 현안 위주로 활동하는 정치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이부영 전 의원은 1992년 14대 총선부터 16대 의회 때까지 갑 지역에서 3선을 역임했는데, 지역에서 지명도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14대 당시 민주당, 15대 때는 통합민주당이었는데 16대 때는 한나라당으로 출마함에도 유권자 지지를 받았다.

민선 1기부터 3기까지 구청장으로 활동했던 김충환 전 의원도 공을 인정받아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고, 4~6기 구청장을 지냈던 이해식 의원도 현재 초선으로 민주당에서 의정활동 중이다.

갑 지역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3선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고, 현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자리까지 올랐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후반기에 들어 부동산 정책에 대해 혹평을 받고 있고, 공직자 투기 사태와 박 전 시장 피해자에 대한 '피해호소인' 발언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민심이 어디로 흐를진 미지수로 남았다.

나아가 진 의원은 당 미래주거추진단장으로 활동하면서 강동구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 임대주택을 방문해 "제가 사는 아파트와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에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등의 발언으로 국민 분노를 키웠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서울 강동구 천호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서울 강동구 천호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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