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인가, 상업주의인가”라는 논란은 흉악범죄를 비롯해 연예인 가십성 기사에 늘 따라붙어 왔다.
5일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가 결정되는 가운데 해당 보도기사의 댓글 난에는 “어떻게 생겼길래 여자가 만나 주지 않은 것이냐”, “얼마나 못생겼으면 피했겠느냐”라며 피의자의 외모를 추정, 지적하는 댓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지난 2016년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사건에서도 범인 조씨 사건이 알려지자 언론은 일제히 잔혹한 사건의 원인을 파헤치기보다는 그의 외모를 지적하거나 사생활을 들추며 알 권리를 빙자한 보도 상업주의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잘생겼는데 왜 토막살인을 저질렀을까”, “흉악범 치고는 얼굴이 너무 평범해서 놀랐다” 등 사건의 본질보다는 피의자의 얼굴이 흉악범 같지 않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선정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명 방송인의 가정사가 알려지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언론은 해당 방송인의 멘트를 일일이 쫓아가며 실시간 정보 전달에 혈안인 듯한 모습을 보였고 그의 지인, 지인의 지인 등이 추가되며 폭로전의 양상을 띄고 있다.
급기야 해당 방송인의 형은 “재산 다툼이 아니라 동생의 어린 연인이 갈등의 시작”이라며 흠집 내기에 나섰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유명 방송인의 지인은 해당 방송인이 “얼마나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왔는지는 모두 알 것”이라며 “자신이 우려하는 것은 성실한 그와 그의 형 부부가 원만한 해결을 보지 못할 때 지금까지 스타 가족의 횡령 사건이 그래왔던 것처럼 스타의 흠집 내기로 번질까 그것이 걱정된다”라고 밝혔다.
해당 방송인의 어린 연인과 그의 형 부부와의 재산 싸움, 과연 이것이 어떤 공익과 연결되는 것일까.
대부분의 가십성 기사가 그러하듯이 그저 선정적인 보도로 기사 클릭을 유도하는 등의 역할을 할 뿐 그 같은 보도 행태가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무고한 세 모녀를 살해한 스토킹 범죄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가 이날 결정된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자를 공개함으로써 향후 그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는 ‘신상 공개’.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흉악범의 얼굴이 공개되고 그에 따라 어뷰징을 할 수 있는 명목을 얻는 자들.
‘특정강력범죄처벌법 제8조1항’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 등의 요건이 성립할 때 피의자의 얼굴 공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잠재적 범죄 예방을 위해 시행된다는 피의자 신상공개가 자칫 언론 상업주의에 지나지 않은 선정적, 낚시성 보도로 점철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앞선다.
세 모녀 살인범의 숨겨진 얼굴만큼 ‘스토킹 범죄’의 숨은 이면이나 여전히 미흡한 처벌 수위 등에 대한 처절한 공론화가 그 무엇보다 필요한 오늘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