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명암 뚜렷…K자 양극화 심화"
"국내 기업 명암 뚜렷…K자 양극화 심화"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4.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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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상장사 분석 결과…4곳 중 1곳 영업익으로 이자 못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장사 매출액(왼쪽)·영업이익(오른쪽) 추이.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장사 매출액(왼쪽)·영업이익(오른쪽) 추이. (그래프=한국경제연구원)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서 기업규모별, 업종별로 뚜렷한 명암을 보였다. 국내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5% 증가했다. 하지만 상장사 4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비금융 상장기업 1017개사의 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매출액은 1076조1000억원이다. 이는 지난 2019년 1093조원과 비교해 1.5%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53조9000억원보다 24.9% 증가한 6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기저 효과와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누렸던 반도체, 가전 등 주력 산업의 이익률 개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경연은 영업이익 증가가 코로나19 수혜업종과 일부 기업에 집중되면서 기업 간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상장사 매출액 최상위 20%와 최하위 20% 간 평균 매출액 비율은 지난 2019년 266.6배에서 지난해 304.9배로 확대됐다. 매출액 상·하위 20% 기업 간 평균 영업이익 차이도 지난 2019년 2386억원에서 지난해 3060억2000만원으로 674억2000만원(28.3%) 늘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의 수는 지난 2019년 249곳에서 지난해 255곳으로 6곳 늘었다. 이는 상장기업의 25.1%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은 이자지급능력을 평가하는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곳이다.

K자형 양극화는 업종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의료·제약업종은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에 대한 수요 증가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지난 2019년 대비 125.7% 급증했다. 전기·전자(64.0%), 음·식료(27.4%), 소프트웨어(SW)·인터넷·방송서비스(18.6%) 등 비대면화 수혜 업종의 영업이익도 지난 2019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반면 유통·대면서비스(-26.4%), 사업서비스(-39.1%) 등 서비스 업종과 기계(-72.8%), 운송장비(-38.7%), 철강·금속(-37.8%), 화학(-27.1%) 등 전통 제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지난 2019년에 비해 줄었다.

지난해 상장사 종업원 수는 108만명으로 지난 2019년 109만1000명과 비교해 1만1000명 줄었다. 화학 분야 종업원은 6665명 줄었으며 유통·대면서비스에서 5794명(-6.0%)이 줄어드는 등 영업이익이 줄어든 업종에서 종업원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SW·인터넷·방송서비스(2129명·-3.9%), 통신(1106명·-2.6%), 음식료(1012명·-2.1%) 등은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종업원 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종업원 수가 증가한 업종은 전기·전자(4749명·1.7%), 의료·제약(1156명·2.9%), 전기·가스(265명·0.9%), 운송장비(2946명·1.8%) 4개에 그쳤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최상위 기업의 쏠림현상이 뚜렷했다.

지난해 기타 업종을 제외하고 영업이익이 10% 이상 증가한 7개 업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각 업종별 영업이익 증가분 중 상위 3개사의 비중은 최대 191.8%까지 나타났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상위 3개사의 영업이익 증가분이 업종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의 91.0%를 차지했다. 운수·창고와 비금속 상위 3개사 비중은 각각 191.8%와 175.0%로 상위 3개사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오히려 줄어들 정도로 업종 내 양극화가 심화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상장사 실적이 양호해 보이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규제개혁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