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와 손잡은 지자체, 끝나지 않는 재정부담 '속앓이'
맥쿼리와 손잡은 지자체, 끝나지 않는 재정부담 '속앓이'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1.03.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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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 SOC 초기 합의한 '최소수입보장제' 비용 폭탄 불러와
힘겨운 사업재구조화 후에도 통행료 인상 등 이용자 부담 여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홈페이지 메인 화면. (자료=맥쿼리 홈페이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홈페이지 메인 화면. (자료=맥쿼리 홈페이지)

한국 민간투자 SOC 초기에 시장을 선점한 맥쿼리의 사업 운용 방식을 두고 지자체들의 속앓이가 계속되고 있다. 협약 내용이 훗날 엄청난 재정부담을 불러올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지자체들은 이제 와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최초 협약 당시 최소 운영 수입을 보장하는 내용을 수입분할방식 등으로 수정하는 사례가 하나둘 나오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도 지자체가 맥쿼리의 이른바 '선진 금융기법'을 당해내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 광주 제2순환도로 로비 사건 결국 법망 피해

31일 광주경찰청과 국회 등에 따르면,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 사업 재구조화 협상 과정에 대한 재수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 사업 재구조화 협상 과정에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 측 인사들이 불법 로비를 한 정황이 뚜렷함에도 경찰 수사망을 피해갔다며 재수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교태 광주지방경찰청장은 "관련 공무원이 운명했고, 사업 관계자가 브로커에 돈을 제공한 것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처벌이 못 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다시 살펴보고 단서가 발견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며 재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수사대 관계자는 지난 29일 신아일보와 통화에서 사실상 재수사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추가 단서가 확보되면 재수사를 하려고 했는데, 추가 단서를 확보를 못 했다"며 "공직자 관련해서 처벌조항이 없어서 입건을 못 했는데, 공직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고 하면 맥쿼리 쪽에 대해서도 공범이라든지 그렇게 처벌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한 이형석 의원실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부법무공단이 광주시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법률 검토 용역에서 맥쿼리 측 인사에 적용할 만한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1심 판결문에 근거해서 보면 정황은 있지만, 맥쿼리 측 인사의 불법에 대한 의율이 안 된 상황이고, 의율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선고에서도 재판부가 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없었던 것으로 나왔다"며 "현 상황에서 재구조화 협상이라든지 운영권 환수 쪽으로 가는 것도 앞서 진행해왔던 판결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광주시와 맥쿼리가 진행한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 사업 재구조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로비가 핵심이다. 김모 씨는 광주시에 유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A 회계사를 협상에서 배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불법 로비를 벌인 사실이 확인돼 작년 6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3년 6개월 형을 받았다.

마창대교. (사진=경남도)
마창대교. (사진=경남도)

◇ 선진 금융기법에 '재정 상납'

맥쿼리는 국내 최대 규모면서 유일한 상장 인프라 펀드로, 지난 2002년 설립 후 국내 민간투자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초기 시장을 선점한 뒤 지속해서 굴지 사업들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지자체들이 민자 사업에 대한 운용기법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협약 대부분이 지자체 재정부담을 높이고, 맥쿼리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형태로 맺어지면서 뒤늦게 여러 사업에서 잡음이 일었다.

맥쿼리와 현대로템 등이 출자해 건설된 서울지하철 9호선의 경우 최소운영수입보장제에 따른 서울시 재정 부담과 요금 인상 추진에 따른 시민 부담 증대 우려가 논란이 됐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는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시설에 대해 약정 기간 일정 운영 수입을 보장하는 제도다. 2012년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가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하면서 요금 인상을 막았고, 2013년 10월에 결국 맥쿼리가 9호선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맥쿼리와 추가 사업 조율을 눈앞에 둔 지자체도 있다. 경남도는 내년 마창대교 통행료 인상 시기를 앞두고 도민 이용 부담 경감을 위한 해결방안 찾기에 지난달 착수했다. 마창대교는 지난 2008년 7월 개통해 최소운영수입보장 방식으로 운영돼오다 2017년 재구조화를 통해 수입분할방식으로 변경되면서 경남도 재정 부담이 1761억원 가량 줄었다. 마창대교 민자사업 시행자는 ㈜마창대교며, 출자자 및 지분율은 맥쿼리 70%와 다비하나이머징인프라투융자회사 30%로 구성돼 있다.

현재 마창대교 통행료는 2500원인데, 협약에 따르면 8년마다 500원씩 통행료를 올리게 돼 있어 2022년에는 3000원, 2030년에는 350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그동안 경남도가 마창대교에 재정지원금으로 부담한 금액은 약 958억원이며 협약대로 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약 2000억~3500억원의 재정지원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운용사 등과 협상을 통해 재정 부담 절감 및 요금 인상 억제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다만, 민간 운용사가 수익을 양보하길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통행료는 계획대로 올리되 출퇴근 시간 고정 이용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등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경남도 전략산업과 관계자는 "운용사 같은 경우는 대부분 금융투자회사가 들어와 있어 약정 변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제점은 다 알고 있는데,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재정부담도 가급적 완화를 하고, 마창대교를 이용하는 이용객들도 어떻게 하면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