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풍향⑤] 강북·성북, 민주당·박영선 vs 오세훈·페미니스트
[재보선 풍향⑤] 강북·성북, 민주당·박영선 vs 오세훈·페미니스트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3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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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강북 판자촌서 어린시절… 마음은 못 돌려
성신여대·고려대 '성북' 박원순 성폭행 사건 실망감
(왼쪽)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오른쪽) 국민의힘 김종인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종합시장 입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왼쪽)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오른쪽) 국민의힘 김종인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종합시장 입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 행정구 25개 중 한강 이북 지역에 있는 14개 행정구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장악했다. 서북권은 우상호 의원, 동북권은 안규백·박홍근·서영교 의원이 버티고 있다. 한강 전선 광진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텃밭이고, 전혜숙 의원도 여전히 건재하다.

그나마 합리적 보수층과 지역 토박이, 대학생이 마음만 먹으면 저력을 보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강북구와 성북구다. 진보세가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인물론에도 어느 정도 비중을 두고 있어 반전 가능성은 언제든 열린 곳이다. 또 행정구 내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층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4·7 재·보궐 선거가 여드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신아일보>는 30일 지역별 선거 결과와 특성을 바탕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를 분석했다.

◇가난했던 강북에서의 어린시절… 오세훈 '금의환향' 할까

강북은 지하철 우이신설선과 4호선 노선으로 성향이 갈린다. 갑 지역인 동쪽 4호선 라인은 선거구가 생긴 15대 국회의원 선거 이래 일곱 번의 대결에서 보수 정당이 두 번 승리한 전적이 있다. 전라남도 보성 출신의 정양석 전 의원은 이곳에서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인물론과 뉴타운(신도시) 바람이 통했기 때문에 당선에 성공했단 후문이다. 현재 이곳은 20대 총선 때 정 전 의원과의 대결에서 패했던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을 지역은 보수 정당에 얄짤없는 곳이다. 일곱 번의 선거 모두 진보 정당이 싹 쓸어갔다. 특히 이곳은 한 인물을 두 번씩 밀어주기까지 한다. 15·16대 총선 때는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조순형 전 의원을, 17·18대 당시엔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나왔던 최규식 전 의원을 밀어줬다. 19대 총선 땐 유대운 전 민주통합당 의원을 밀어준 데 이어 20·21대 총선에선 박용진 민주당 의원을 국회에 입성시켰다.

역설적이게도 을 지역은 현재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오 후보는 삼양동 판자촌에서 살던 때를 가장 가난했던 날이라고 소회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의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 오 후보는 당시 전 지역 평균 득표율이 61.05%에 달했지만, 강북에서만은 57.07%의 저조한 지지율을 얻었다. 5회 지선 때도 전 지역에서 평균 47.43%를 기록했지만, 강북은 44.84%에 그쳤다.

오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뉴미디어본부장으로 후방 지원에 나선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시간제 근무)라도 해봤느냐'는 민주당 공세에 맞서면서 "오 후보는 강북구 삼양동 판자촌에서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다"며 그의 어린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이 전 최고는 민주당을 향해 "상대를 잘못 골랐다"며 "삼양동 판잣촌에서 공부하던 아이가 변호사가 되고 서울시장이 되는 것이 정의고, 부모 덕에 표창장 받고 논문 쓴 후 의학전문대학원 가서 의사되는 것이 불의"이라고 반격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도 싸잡아 질책 당하면서 민주당은 또 한 번 난감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오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고,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강북구로 '금의환향'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어린시절 (사진=이준석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어린시절 (사진=이준석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성북, 민주당 텃밭 vs 박원순에 대한 배신감

성북은 한국전쟁이 터지기 약 한 달 전 실시했던 2대 총선 당시 전국 최고의 격전지 중 한 곳이었다. 민주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사회당'을 설립한 고 조소앙 선생과 한국 정당사 최초의 야당 '민주국민당' 소속으로 출마한 고 조병옥 선생이 맞붙은 바 있다. 당시 대결은 66.60% 대 26.41%로 조 선생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이후 총선에선 여야 정당인이 골고루 당선됐다가 13대 총선 이후부터는 민주당계 후보가 대부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곳 역시 강북과 마찬가지로 한 번 민심을 얻으면 연임이 가능한 곳이다.

갑 지역에선 이철 전 의원이 12·13·14대를 휩쓸었고, 15·16·17대 총선에선 유재건 전 의원이 중진 고지에 올랐다.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의 정태근 전 의원이 한 차례 유권자 마음을 돌렸지만, 이후 19·20대 총선에서 유승희 전 민주당 의원이 석권했다. 현재 김영배 의원이 지역을 관리하고 있지만, 유 전 의원이 당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 심사에서 탈락하지 않았다면 3선에 가능했을 공산이 크다.

을 지역은 이곳을 기반으로 고 조윤형 전 의원이 5선을 지냈고, 신계륜 의원도 4선을 지냈다. 이곳 역시 민주당 계열이 참패했던 18대 총선 땐 김효재 전 의원에게 민심을 뺏긴 바 있지만, 다시 진보 진영이 석권했고 현재는 기동민 의원이 재선으로 중진 기반을 닦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의 관건 중 하나는 대학생 표심이다. 성북구에는 고려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행 사건으로 궐위했기 때문이란 점에서 대학생 유권자의 기표 도장이 어디를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곳은 페미니즘(여성주의) 성향이 드러나는데, 지난해 총선에서 여성의당은 성신여대가 있는 동선동에서 4.40%, 고려대가 있는 안암동에서 2.16%의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동선동에서의 득표율만 보면 원내 진입이 가능할 정도의 수치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윗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기본소득당 신지혜, 국가혁명당 허경영. 가운뎃줄 왼쪽부터 미래당 오태양, 민생당 이수봉, 신자유민주연합 배영규, 여성의당 김진아. 아랫줄 왼쪽부터 진보당 송명숙, 무소속 정동희, 무소속 이도엽, 무소속 신지예.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윗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기본소득당 신지혜, 국가혁명당 허경영. 가운뎃줄 왼쪽부터 미래당 오태양, 민생당 이수봉, 신자유민주연합 배영규, 여성의당 김진아. 아랫줄 왼쪽부터 진보당 송명숙, 무소속 정동희, 무소속 이도엽, 무소속 신지예.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