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고려대 '성북' 박원순 성폭행 사건 실망감
서울 행정구 25개 중 한강 이북 지역에 있는 14개 행정구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장악했다. 서북권은 우상호 의원, 동북권은 안규백·박홍근·서영교 의원이 버티고 있다. 한강 전선 광진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텃밭이고, 전혜숙 의원도 여전히 건재하다.
그나마 합리적 보수층과 지역 토박이, 대학생이 마음만 먹으면 저력을 보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강북구와 성북구다. 진보세가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인물론에도 어느 정도 비중을 두고 있어 반전 가능성은 언제든 열린 곳이다. 또 행정구 내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층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4·7 재·보궐 선거가 여드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신아일보>는 30일 지역별 선거 결과와 특성을 바탕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를 분석했다.
◇가난했던 강북에서의 어린시절… 오세훈 '금의환향' 할까
강북은 지하철 우이신설선과 4호선 노선으로 성향이 갈린다. 갑 지역인 동쪽 4호선 라인은 선거구가 생긴 15대 국회의원 선거 이래 일곱 번의 대결에서 보수 정당이 두 번 승리한 전적이 있다. 전라남도 보성 출신의 정양석 전 의원은 이곳에서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인물론과 뉴타운(신도시) 바람이 통했기 때문에 당선에 성공했단 후문이다. 현재 이곳은 20대 총선 때 정 전 의원과의 대결에서 패했던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을 지역은 보수 정당에 얄짤없는 곳이다. 일곱 번의 선거 모두 진보 정당이 싹 쓸어갔다. 특히 이곳은 한 인물을 두 번씩 밀어주기까지 한다. 15·16대 총선 때는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조순형 전 의원을, 17·18대 당시엔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나왔던 최규식 전 의원을 밀어줬다. 19대 총선 땐 유대운 전 민주통합당 의원을 밀어준 데 이어 20·21대 총선에선 박용진 민주당 의원을 국회에 입성시켰다.
역설적이게도 을 지역은 현재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오 후보는 삼양동 판자촌에서 살던 때를 가장 가난했던 날이라고 소회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의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 오 후보는 당시 전 지역 평균 득표율이 61.05%에 달했지만, 강북에서만은 57.07%의 저조한 지지율을 얻었다. 5회 지선 때도 전 지역에서 평균 47.43%를 기록했지만, 강북은 44.84%에 그쳤다.
오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뉴미디어본부장으로 후방 지원에 나선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시간제 근무)라도 해봤느냐'는 민주당 공세에 맞서면서 "오 후보는 강북구 삼양동 판자촌에서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다"며 그의 어린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이 전 최고는 민주당을 향해 "상대를 잘못 골랐다"며 "삼양동 판잣촌에서 공부하던 아이가 변호사가 되고 서울시장이 되는 것이 정의고, 부모 덕에 표창장 받고 논문 쓴 후 의학전문대학원 가서 의사되는 것이 불의"이라고 반격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도 싸잡아 질책 당하면서 민주당은 또 한 번 난감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오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고,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강북구로 '금의환향'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성북, 민주당 텃밭 vs 박원순에 대한 배신감
성북은 한국전쟁이 터지기 약 한 달 전 실시했던 2대 총선 당시 전국 최고의 격전지 중 한 곳이었다. 민주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사회당'을 설립한 고 조소앙 선생과 한국 정당사 최초의 야당 '민주국민당' 소속으로 출마한 고 조병옥 선생이 맞붙은 바 있다. 당시 대결은 66.60% 대 26.41%로 조 선생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이후 총선에선 여야 정당인이 골고루 당선됐다가 13대 총선 이후부터는 민주당계 후보가 대부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곳 역시 강북과 마찬가지로 한 번 민심을 얻으면 연임이 가능한 곳이다.
갑 지역에선 이철 전 의원이 12·13·14대를 휩쓸었고, 15·16·17대 총선에선 유재건 전 의원이 중진 고지에 올랐다.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의 정태근 전 의원이 한 차례 유권자 마음을 돌렸지만, 이후 19·20대 총선에서 유승희 전 민주당 의원이 석권했다. 현재 김영배 의원이 지역을 관리하고 있지만, 유 전 의원이 당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 심사에서 탈락하지 않았다면 3선에 가능했을 공산이 크다.
을 지역은 이곳을 기반으로 고 조윤형 전 의원이 5선을 지냈고, 신계륜 의원도 4선을 지냈다. 이곳 역시 민주당 계열이 참패했던 18대 총선 땐 김효재 전 의원에게 민심을 뺏긴 바 있지만, 다시 진보 진영이 석권했고 현재는 기동민 의원이 재선으로 중진 기반을 닦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의 관건 중 하나는 대학생 표심이다. 성북구에는 고려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행 사건으로 궐위했기 때문이란 점에서 대학생 유권자의 기표 도장이 어디를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곳은 페미니즘(여성주의) 성향이 드러나는데, 지난해 총선에서 여성의당은 성신여대가 있는 동선동에서 4.40%, 고려대가 있는 안암동에서 2.16%의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동선동에서의 득표율만 보면 원내 진입이 가능할 정도의 수치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