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또 인사… '靑 부동산 잔혹사' 잇단 낙마
문 대통령, 또 인사… '靑 부동산 잔혹사' 잇단 낙마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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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경제수석에 안일환 임명… 기재부 1·2차관엔 이억원·안도걸"
전셋값에 날아간 김상조 자리 이호승 승격… 홍남기 교체설 탄력
(왼쪽부터) 신임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안도걸, 기재부 2차관 (사진=청와대)
(왼쪽부터) 신임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안도걸, 기재부 2차관 (사진=청와대)

청와대 참모진의 '부동산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이틀 사이 경제 분야 요직을 대거 교체했다.

일각에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책론까지 나오는 가운데 레임덕(임기 말 지도력 부재) 현상을 막기 위해 문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졌단 관측이 나온다.

30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 안일환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하고, 기재부 1차관에 이억원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인선했다. 기재부 2차관에는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을 승진시켰다.

강 대변인은 이같은 인사를 발표하면서 "대내외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후반기 현안과 경제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청와대 참모진의 부동산 비위 의혹으로 문 대통령이 연일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사는 빈자리를 재정비함과 동시에 식어가는 국정 동력을 다시 굴리겠단 의지로 읽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전셋값 대폭 인상으로 비판에 직면한 김상조 정책실장을 곧바로 경질하고, 이호승 경제수석을 그 자리에 승격시켰다. 이틀 사이 단행한 인사는 땅 투기 사태로 무너지고 있는 공직기강을 다잡고, 후반기 경제 정책을 추진을 위해 마음을 새로이 하기 위한 '전화위복' 시도라는 평가다.

같은 날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문 대통령이 '야단맞을 것은 맞아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이는 몹시 화가 났을 때 쓰는 표현"이라며 "재·보궐 선거와 관련 없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완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문 대통령의 의지를 해석했다.

노 전 실장은 또 문 대통령이 전날 김 전 실장을 경질한 것에 대해선 "강력한 적폐청산 의지의 연장선"이라고 대변했다.

이같은 발언을 종합하면 이번 기재부 1·2차관 교체는 홍 부총리 문책 신호탄이란 예측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기재부 1·2차관 동시 교체는 장관 교체 신호인가' 묻자 "경제부총리에 대한 질문이 아니더라도 대통령 인사권에 관한 사항은 말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답했다. 정확한 언급을 피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홍 부총리 교체설은 점점 힘을 받는 양상이다.

현재 여권 안에서도 홍 부총리 거취에 대해 잡음이 나오고 있지만, 그가 재임할 동안 문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분위기 전환 효과가 있을진 의문이다.

나아가 여권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로 꼽히는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현재 여론의 공분이 크다는 점에서 명예로운 퇴진은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동시에 경질론도 고개를 든 상황이다.

고위직 인사 대거 교체에도 불구하고 극에 달한 여론의 공분을 잠재울 수 있을진 미지수다. 땅 투기 논란에 대한 발병과 확산 원인을 제공한 책임은 문 대통령 측근들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문 대통령 의중을 풀이했던 노 전 실장은 앞서 문 대통령을 보필할 당시 '실거주 목적 1채를 제외한 모든 부동산을 처분하라'고 지시하면서, 정작 자신은 서울 강남 아파트를 지키고 충청북도 청주에 있는 아파트를 팔았다가 뭇매를 맞았다. 논란 끝에 결국 반포 아파트도 매각한 바 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18년 본인 전세금 등 재산 14억원에 은행 대출 10억원을 더해 서울 흑석동 재개발 지역 안에 있는 상가를 샀고, 시세차익 질타를 받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가, 잠실 아파트를 내놨는데 매물을 2억원 비싸게 내놔 '시늉만 했다'는 논란을 야기했다.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김수현·장하성 전 정책실장도 그들이 소유한 집값 폭등으로 도마에 올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출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 퇴진을 앞두고 있다.

야권은 연일 터지는 여권 인사의 비위 의혹에 비아냥거리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같은 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자 투기 사태를 두고 '위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바닥에는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면서 "김상조가 아랫물인가"라고 비꼬았다.

덧붙여 "김조원이 아랫물인가, 노영민이 아랫물인가"라며 "민주당이 얼마나 다급했던지 '소급입법으로 (투기) 부당이익을 환수하겠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원칙도 없고, 체계도 없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라며 여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여론의 불신과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검찰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공공기관 종사자 137만명의 재산을 전부 등록시키겠단 구상을 알렸다.

다만 검찰 직접 수사 범위를 사실상 박탈했단 점에서 효력이 있을진 미지수다. 또 국토부와 LH, 고위공직자 안에서 만연한 투기 행태 때문에 벌어진 사태가 중하위 말단 공무원에게까지 불똥이 튀면서 공직사회 안에서도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