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신화' 일군 농심 신춘호 흙으로 돌아가다
'신라면 신화' 일군 농심 신춘호 흙으로 돌아가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3.3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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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아침 발인·영결식 엄수
장남 신동원 부회장 "아버님 정신적 유산 고스란히 받들겠다"
영면한 故신춘호 농심 창업주. (제공=농심)
영면한 故신춘호 농심 창업주. (제공=농심)

‘라면왕’ 신춘호 농심 창업주의 영결식이 30일 아침 6시40분부터 한 시간 가량 농심 본사에서 엄수됐다. 

이날 농심에 따르면, 오전 5시 빈소인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 이후 운구행렬은 서울 용산구 자택을 들른 뒤, 신동원 농심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과 임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엔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과 2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3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부인인 차녀 신윤경 씨, 고인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이 참석했다. 

고인의 손자인 신상열 농심 부장이 영정사진을 들었고, 신동원 부회장과 고인의 부인인 김낙양 여사, 사위 서경배 회장 등이 뒤따랐다. 

고인에 대한 묵념이 있고, 이어 장례위원장인 박준 농심 부회장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박 부회장은 “회장님이 얼마나 큰 우산이었으며, 얼마나 든든한 반석이었는지 지금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낀다”며 “신라면과 안성탕면, 짜파게티, 둥지냉면과 같은 획기적인 제품들은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해 결국 역사를 바꾼 사례”라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는 회장님이 일구어 놓은 토양 위에서 그 유지를 받들어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한국의 맛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식품 한류의 맨 앞줄에서 지치지 않고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추모영상과 함께 신동원 부회장과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 직계 유가족들과 유족 지인, 농심그룹 계열사 대표 등의 순으로 고인에 헌화했다. 

장남이자 농심을 이끌게 된 신동원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버님은 92년의 생을 마치고 이제 흙으로 돌아간다. 농심은 농부의 마음이며 흙의 마음이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흙은 뿌린 대로, 가꾸는 대로 수확을 한다. 이것이 아버님이 가지고 계신 철학이며, 저를 비롯한 후손들이 늘 잊지 않고 새기는 정신”이라며 “아버님의 소박하면서도 위대한 정신적 유산을 고스란히 받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심 창업주인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은 3월27일 새벽 3시38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다. 

신 회장은 1930년 12월1일 울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신 회장은 1965년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을 설립하고, 19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바꿨다. 

1971년 출시한 국내 최초의 스낵인 ‘새우깡’과 1985년 ‘신라면’ 등이 신 회장의 대표 작품이다. 신 회장은 이 외에도 안성탕면과 짜파게티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내놓으며, 농심을 글로벌 라면 기업으로 키웠다. 특히, 신 회장의 역작인 신라면은 전 세계 100여개국에 활발히 수출되면서 K-푸드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별세하기 직전 입원 중이었던 서울대병원에 10억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춘호 회장의 별세로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의 차기 회장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신 부회장은 농심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지분의 43%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