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속 주주제안 힘 잃나…재계, 경영권 잇단 방어
분쟁 속 주주제안 힘 잃나…재계, 경영권 잇단 방어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3.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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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주주제안 안 내거나 모두 부결…금호석화, '조카의 난'서 승리
한국타이어家 분쟁 표심 향방 '관심'…주주권 행사 따른 긴장감 고조
기업빌딩 숲.(사진=아이클릭아트)
기업빌딩 숲.(사진=아이클릭아트)

재계는 주주총회에서 사측에 반대하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도 경영권을 지키고 있다. 재계에선 기존 경영권을 위협하는 주주제안이 힘을 잃는 모양새다. 다만 이사회 제안과 다른 의견을 내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열리는 주총은 경영권 갈등,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등에 따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주들의 지지로 이사회 제안은 가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선 한진그룹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26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이사회가 제안한 조원태 사내이사, 임채민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조 회장이 사내이사가 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체결과정에서 실사 미실시, 계약상 불리한 내용 우려 등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가 소홀해질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의 선임 안건은 찬성률 82.84%로 가결됐다. 임채민 사외이사 선임건도 82.82%의 찬성률을 보이며 통과됐다. 이 같은 압도적인 찬성률은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30.96%)이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율(8.52%)보다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5일 열린 종합물류기업 한진의 주총에서도 2대 주주인 HYK1호펀드가 지배구조 개선 등을 내세운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HYK1호펀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지 10년이 지나지 않으면 이사 자격을 상실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HYK1호펀드의 이 같은 주주제안은 조현민 부사장의 사내 이사 선임을 막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하지만 한진은 이번 주총에서 조 부사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내지 않았다.

이외에도 HYK1호펀드가 제안한 이사 최대 정원 8명에서 10명으로 확대, 전자투표제 도입, 중간배당제 도입, 배당안 등도 모두 부결됐다.

기존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은 사실상 분쟁에서 힘을 잃은 것으로 관측된다.

3자연합은 지난 26일 열린 한진칼 주총에 주주제안을 하지 않았다. 3자연합의 이 같은 행보는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계 위기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최근 자신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중 1.43%인 5만5000주를 KCGI에 장외매도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재계에서 새로운 경영권 갈등을 드러낸 금호석유화학의 ‘조카의 난’은 실패했다.

지난 26일 열린 금호석화 주총에서는 박찬구 회장과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제안한 사내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이 한 건도 통과하지 못했다.

주총 당시 박 상무는 주총장에 참석해 자신을 사내이사로 선임되도록 해 달라고 직접 설득하는 등 표심 모으기에 나섰지만 주주 설득에 역부족이었다.

다만 박 상무는 장기전을 예고했다. 박 상무는 주총이 끝난 뒤 “이번 주주제안의 의미와 성과가 크다”며 “앞으로도 동료 주주, 이해관계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필요시 임시 주총을 소집해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30일 개최하는 한국앤컴퍼니와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에서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차남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간 표 대결을 벌인다.

앞서 조 부회장은 지난 2월 회계투명과 기업가치 제고 분야의 전문가인 이 교수를 주주제안으로 추천하며 경영권 분쟁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 수탁위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조 부회장을 지지하고 있어 주주들의 표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