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에 대비한 세계은행의 팬데믹 채권이 적기 지원 한계를 노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펜데믹 발생시 채권 자금 지급을 위한 평가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지급액 규모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29일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은행의 팬데믹 채권 실패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팬데믹 채권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저개발 국가에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세계은행은 저개발 국가에서 감염병 발생 시 조기 자금 투입을 통한 감염병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팬데믹 긴급자금 조달기구(PEF)'를 출범했다. PEF는 '보험창구'와 '현금창구'로 구성됐다.
보험창구는 감염병 위험을 증권화해 자본시장에서 보장하는 '팬데믹 채권'을 통해 운영된다.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채권 원금이 저개발 국가에 투입될 수 있다. 현금창구는 감염병이 발생했으나 팬데믹 채권 지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의 경우, 팬데믹 채권 지급조건이 충족돼 보험창구를 통한 자금이 지원됐다"면서도 "지급 시점이 지연되고 금액이 충분치 않았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작년 4월 코로나 확산에 대한 팬데믹 채권 지급조건은 충족됐지만, 이 시기는 수십 개 국가에서 사망자가 15만 명에 육박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유행병으로 선언한 지 5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팬데믹 채권 구조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지급조건 충족 여부를 최초 감염자 발생 후 최소 12주가 지난 후에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선진국에서도 장비 부족으로 코로나 진단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개발 국가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를 신속히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팬데믹 채권 총액 4억2500만달러 중 저개발 국가에 지급된 금액은 1억9580만달러로 채권 총액의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세계은행은 팬데믹 채권의 한계가 드러나자, 작년에 예정됐던 2차 팬데믹 채권 발행을 취소했다.
김 연구위원은 "감염병 확산은 특성상 손실 예측이 매우 어렵고, 발생 이후에는 인적 요소에 의해 확산 기간과 속도 및 손실 규모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위험인수자(보험사 또는 투자자)가 부담하는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적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보상 모델 수립 시에는 팬데믹 채권 사례에서 나타난 민간 영역 한계점들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