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풍향①] 은평·서대문·마포, 넘어가면 '대선도 없다'
[재보선 풍향①] 은평·서대문·마포, 넘어가면 '대선도 없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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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북부, 민주당 재선·중진 점령… 문 대통령 자택도 있던 곳
정권 유지 vs 교체 풍향계 역할… 오세훈이 이기면 與 대선 '깜깜'
4·7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서울시장 출마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4·7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서울시장 출마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마포구는 더불어민주당 재선과 중진 의원이 포진하고 있는 곳이다. 진보 성향이 강하고, 여당이 오랫동안 지역을 관리했다는 점에서 조직력 또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지역 민심을 뺏기지 않으려는 여당과 표심을 돌리려는 국민의힘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곳이다.

진보세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이 지역 민심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택한다면 민주당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신아일보>는 4·7 재·보궐 선거를 맞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지역 판세를 분석했다.

◇여야 쟁탈전 치열했던 은평… 친좌파 성향으로

은평구는 현재 진보 진영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은평을 지역의 경우 15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17대 총선까지만 해도 이재오 전 특임장관을 전폭 지지했지만, 19대 총선에서는 진보 정당으로 분류할 수 있는 창조한국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문국현 한솔섬유 사장을 택했다. 이후 이곳은 강병원 의원이 20대 국회 때부터 현재까지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은평갑 지역은 17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민주화 이후인 14대 총선 때부터 민주당과 새정치국민회의,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계열로 이어지는 진보 정당을 택했다. 현재는 여당 안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주민 의원이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은평구는 최근 치렀던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까지만 해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는데, 박 전 시장은 당시 선거에서 55.7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20.84%,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18.70%에 불과했다.

이 때문인지 국민의힘 오 후보는 2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곧바로 보수 정당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서북권 지역부터 공략에 나섰다. 이 중에서도 은평은 오 후보의 첫 유세지였는데, 최대 취약지를 가장 먼저 찾아 서북권 유권자에게 진정성을 보이겠단 의지로 읽힌다.

오 후보는 이날 "서울이 골고루 발전해야겠지만, 전임 시장 시절 가장 발전이 정체된 곳이 서북 지역"이라며 "가장 발전이 지체된 서북권을 제가 시장이 되면 꼭 바꾸겠다고 생각하고 이곳을 방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가 해야 할 숙제가 많다"며 "그런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 여러분 앞에 섰다"고 호소했다. 덧붙여 "저 오세훈이 서울시장이 되면 이곳 숙원 사업을 열심히 해내 서북권 발전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특히 이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서울혁신파크를 언급하면서 "혁신파크라고 만들었는데, 시민단체만 들어서지 않았느냐"며 "제가 (서울시장 당시) 혁신파크에 서북권 발전 위한 시설 만들겠다고 했는데, 후임 시장에 의해 외면 받고 엉뚱한 사람이 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전 시장 시정을 질타한 것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을 방문, 인사하고 있다. (사진=오세훈 캠프)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을 방문, 인사하고 있다. (사진=오세훈 캠프)

◇문 대통령 자택 있던 서대문… 오세훈 "분노하시라"

오 후보는 이어 불광천을 찾아 시민과의 접촉을 이어갔고, 서대문구에 위치한 유진상가 등을 돌면서 상인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대문은 민주당 강세 지역 중에 강세 지역이다. 현재 갑 지역은 민주당 박 후보와 당내 경선에 나섰던 우상호 의원이 4곳을 이어가고 있고, 을 지역은 김영호 의원이 재선으로 역임하고 있다.

서대문은 지난 7대 지선 때도 은평구 못지 않게 박 전 시장을 지지했는데, 유권자 16만1842명 중 8만7486명이 투표소에서 기호 1번에 기표 도장을 찍었다.

오 후보는 앞서 4~5회 지선에서 승리하면서 33·34대 재선 서울시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서대문은 당초 4회 지선 때 오 후보를 적극 지지한 바 있다. 오 후보가 확보한 투표율만 59.11%에 달했다. 하지만 5회 지선 때부터는 민심이 갈리기 시작했다. 당시 유권자 44.42%는 오 후보를 선택했지만, 49.92%는 민주당 후보였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찍었다.

오 후보가 은평에 이어 서대문을 찾은 것 역시 이반한 지역 민심에 읍소하기 위한 것으로 맥락을 같이 한다.

특히 서대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머물렀던 자택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추석 명절 때는 김정숙 여사와 인왕시장을 찾기도 했다. 청와대가 당시 "인왕시장은 문 대통령 내외가 홍은동 자택에서 지낼 때 자주 찾던 곳"이라고 설명한 바 있을 정도다.

오 후보는 이날 인왕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하는 짓, 민주당 박 후보가 하는 말을 들으면 정말 용서할 수 없다"며 "여러분이 분노하셔야 한다"고 흔들기에 나섰다. 덧붙여 "이렇게 주택 생지옥을 만들고도 문 대통령은 한 번도 무릎 꿇고 사죄한 적이 없다"고 부각하기도 했다.

한편 서대문과 마포를 잇는 길목에는 개신교 명문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가 자리를 잡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신촌의 중심이라는 걸 고려하면 젊은 계층 민심을 잡기 위해선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할 핵심 구역이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았지만, 신촌은 여전히 '젊음의 거리'로 통설된다.

(왼쪽)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오른쪽 사진은 4·7 재보선에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앞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왼쪽)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오른쪽 사진은 4·7 재보선에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앞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오락가락 마포… 노웅래·정청래 정치인 만들어준 곳

16대 국회 때까지만 해도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을 지지했던 마포구는 진보와 보수 진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현재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마포를 함께 닦고 있는 노웅래·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17대 총선 때 이곳에서 함께 초선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두 의원은 18대 총선 때는 갑·을 지역 모두 한나라당에게 내줬지만, 19대 총선 때 다시 함께 재선에 오른 재미있는 곳이다. 당시 이들은 민주통합당 소속이었다.

노 의원은 20대 총선 때도 생환했지만, 정 의원은 당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에서 컷오프(탈락) 돼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에게 이곳을 넘겨줘야 했다. 그래도 노 의원과 정 의원은 이곳을 지역구로 21대 국회에서 다시 만난다.

다만 마포에서 서울시장 지지세는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6회 지선 당시 박 전 시장은 마포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를 60.63% 대 38.52%로 압도적으로 꺾었는데, 민주당 바람이 불었던 7대 지선에선 54.2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마포는 특히 홍익대학교와 서강대학교가 위치하고 있고, 망원역 등지와 한강공원은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디지털미디어시티와 마포역, 공덕역에는 신생기업부터 대기업까지 회사가 포진하고 있다. 

이번 보선이 박 전 시장의 여직원 성폭행 사건으로 치러진다는 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사전투기 사태로 20·30대 민심이 대거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마포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로 남은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 박 후보는 가장 먼저 마포구 와우산로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야간 시간제 근무(아르바이트)를 한 시간 정도 체험하고, 청년·소상공인·자영업자를 만나면서 공식 선거운동 일정에 돌입했다. 젊은 유권자의 고충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박 후보가 선거운동 일정 후 처음 내놓은 공약도 청년 지원 정책이었다. 박 후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제일 힘든 소상공인·자영업자·청년의 아픔과 고단함을 몸소 느껴보고 싶었다"며 "생활·민생 서울시장이 돼야겠다고 느꼈다"고 청년층 감정을 흔들기도 했다.

앞서 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전이던 지난 21일 홍대 앞 거리를 걸으며 젊은 유권자 사로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4·7 재보궐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자정께 첫 선거운동으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마포구 홍대 앞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7 재보궐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자정께 첫 선거운동으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마포구 홍대 앞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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