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바이오 시장 잇단 '러브콜'…롯데도 가세
대기업, 바이오 시장 잇단 '러브콜'…롯데도 가세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1.03.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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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엔지켐 지분 인수 등 통해 진출 타진
삼성·SK·LG 등 바이오 시장서 지속 성장세
2021년 상반기 VCM을 진행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지주)
2021년 상반기 VCM을 진행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지주)

‘바이오 시장’이 대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서비스와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오의 성장잠재력도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SK·LG가 해당 시장에 안착해 가시적인 성과를 낸 가운데, 롯데도 바이오 시장 진출을 고심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를 향한 대기업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롯데는 재도약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바이오 카드를 꺼냈다. 롯데의 바이오사업 도전이 현실화된다면 1948년 창립 후 73년 만이다.

롯데는 이와 관련해 코스닥 상장사인 엔지켐생명과학과 지분 인수,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을 논의하고 있다. 지분 인수의 경우, 최대주주인 손기영 회장의 보유 지분 일부를 매입하거나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후보물질 ‘EC-18’을 기반으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구강점막염 치료제,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치료제, 코로나19 치료제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또 EU GMP(유럽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등을 획득한 제천공장을 통해 원료의약품 CMO(위탁생산)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 실무단계에서 여러 협력방안을 두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신동빈 회장이 올해 첫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사업 혁신을 강조한 만큼, 롯데의 바이오 시장 진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과거의 성공경험을 버리고 달라진 모습으로 사업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명확한 비전을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삼성·SK·LG 등 앞서 바이오산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자극이 됐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첨단 바이오의약품 CMO, 세포주·공정 개발 등 CDO(위탁개발) 등을 추진해 2020년 1조16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생산가능 규모만 36만4000리터에 달하는 총 3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인 25만6000리터 규모의 4공장도 건립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이 합작 설립한 바이오기업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베네팔리’(유럽 점유율 1위) 등 바이오시밀러를 개발·보유하고 있다.

SK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SK케미칼 백신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 첫 4가 세포배양독감백신을 발매하는 등 개발역량을 입증했다. 또 코로나19 백신 자체 개발과 함께 아스트라제네카·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도 맡고 있다.

SK바이오팜은 1993년부터 그룹 내에서 신약개발 R&D(연구개발)를 담당해오다 2011년 독립법인으로 설립됐다. 뇌전증 치료신약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 등의 미국 진출로 주목받았다.

LG는 LG화학 내 생명과학사업본부(흡수합병 전 LG생명과학)를 두고, 바이오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국산신약 19호 당뇨치료제 ‘제미글로’는 연평균 55% 성장세를 띠며 지난해 12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LG화학은 유전성 비만치료제, 통풍 치료제,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면역항암 세포치료제 등 40여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이외에 미용필러 ‘이브아르’, 성장호르몬 ‘유트로핀’, 바이오시밀러 ‘유셉트’, 소아마비백신 ‘유플리오’ 등도 보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가 바이오산업에 주목하고 있고, 해당 분야에서 성과가 나타나면서 대기업들의 관심이 커졌다”며 “탄탄한 자본력의 대기업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하고 투자한다면 궁극적으로 K(코리아)-바이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실제 상용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비용도 투입돼야 한다. 조급함보단 진득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