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멀고 먼 ‘집단면역’의 꿈
[기자수첩] 멀고 먼 ‘집단면역’의 꿈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1.03.2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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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이 시작됐다. 코로나19 백신은 2차 접종 후 1~2주가 지나야 항체가 최고치에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월이 되면 코로나19에 대해 면역력을 갖는 접종자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자연스레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집단면역이란 집단 구성원의 특정 비율 이상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을 갖게 돼 질병이 더 이상 퍼지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우리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전 국민의 70%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집단면역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현재까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약 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에 그치고 있다. 요즘처럼 하루 2만명 정도가 접종한다고 가정하면 국민의 70%인 3500만명이 2회 접종을 하기 위해서는 10년 가까이 걸린다. 11월 집단면역 달성은 하루 30만명 정도가 접종할 때 가능하다.

접종이 느린 가장 큰 이유는 백신 공급 부진이다. 실제로 정부가 밝힌 2분기 백신 접종 대상자는 1150만2400명인 데 반해 이 기간 안에 도입 일정과 물량이 확정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455만명분, 화이자 350만명분 등 805만명분 뿐이다.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백신의 공급시기는 여전히 미정이다.

백신에 대한 불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고령층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선접종 대상자의 접종이 보류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백신 접종 후 ‘혈전 생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안전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후 유럽의약품청(EM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혈전 생성과 백신이 관련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드문 타입의 혈전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게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4월부터, 미국과 영국은 6월부터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확보도 제대로 안 된 데다 접종 속도까지 느려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국민의 70%가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집단면역이 형성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지금은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할지에 대한 전망보다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한다는 목표에 동참하는 모두의 자세가 필요한 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