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국책은행] ⑤ 전문가 "겹치는 업무 다수…교통정리부터 다시 해야"
[허리 휘는 국책은행] ⑤ 전문가 "겹치는 업무 다수…교통정리부터 다시 해야"
  • 홍민영 기자·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3.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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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등 기업지원·구조조정 중복 걷어내면 효율↑
총원 늘리기 어렵다면 비상상황 '임시인력 활용' 필요
(위쪽부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사진=신아일보 DB)
(위부터)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머릿돌 및 간판. (사진=신아일보 DB)

작년 코로나19가 나라 경제를 강타하자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금융 지원책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 직원들의 업무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일선 현장에서는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가 정하는 총원을 기준으로 인력 운용이 이뤄지는 국책은행 특성상 업무가 급증했다고 직원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국책은행 직원들이 처한 상황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상황에서 업무 과다 및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국책은행들의 상황을 본 전문가들은 기관 간 겹치는 업무가 다수 존재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며, 업무 분장 자체를 다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모두 기업 지원과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는데, 이런 업무를 각각의 특성에 맞춰 구분하거나 전문기관에 이관하면 국책은행 전체의 인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장 부족한 인력에 대해서는 총원을 늘리기 어렵다면 임시인력을 충원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산업은행 임직원 수는 3300여명이다. 같은 시기 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임직원 수는 각각 1100여명과 1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국책은행은 작년에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자금 지원으로 인해 많은 업무량을 감당해야 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하기 위해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국책은행 인력만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으로 업무가 늘어났음에도 정원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단기적으로 임시 인력을 채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등 비상 상황으로 인해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면 그 시점에 맞는 전문 인력이나 단기 근무자를 채용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 간 중복 업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개별 기관 차원에서 인력 문제를 고민할 게 아니라 국책은행 업무와 인력 전체를 펼쳐 두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책은행 역할은 겹치는 게 많다고 본다"며 "과거 산업은행은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했는데, 현재는 벤처기업 지원만 하더라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지원업무를 맡는 곳이 많기 때문에 중복업무를 없애면 인력 관리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같은 경우,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개입되면서 중복적인 업무가 다수 생겨났다"며 "중복 업무도 줄이는 동시에, 회생법원이 있는 상황에서 이 두 기관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업무를 맡는 것이 적합성을 가졌는지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총원 확대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행은 다른 국책은행처럼 지원 업무를 하고 있고, 시중은행처럼 영업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한정된 인원으로 업무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다른 국책은행에 비해 정부 소유 지분이 적고, 업무에 대한 차이가 있는 만큼 기획재정부의 인력 편성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책은행들은 전체 인원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임금피크제 인원이 인사 적체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수준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해 퇴직 예정자의 결정 권한을 높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전문가들은 성과 보수 등을 활용해 임금피크제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이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신규 인력으로 채우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교수는 "임금피크제는 나이의 문제라기보다는 성과의 문제"라며 "공공기관 보상체계를 성과와 연계되도록 개선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잘하는 직원이 임금피크제를 통해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원 부소장은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인원의 근무시간을 반으로 줄이게 되면 임금도 2분의 1만 지급할 수 있다"며 "절약된 임금은 국책은행이 말한 대로 새로운 인원을 채용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끝>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