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국책은행] ④ 기업은행, 본점 직원까지 투입해도 영업현장 '과부하'
[허리 휘는 국책은행] ④ 기업은행, 본점 직원까지 투입해도 영업현장 '과부하'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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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중기 대출부터 보증업무 지원까지
내년부터 전 직원 10% 임피제 돌입…인력 부족 심화 우려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 (사진=신아일보 DB)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 (사진=신아일보 DB)

작년 코로나19가 나라 경제를 강타하자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금융 지원책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 직원들의 업무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일선 현장에서는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가 정하는 총원을 기준으로 인력 운용이 이뤄지는 국책은행 특성상 업무가 급증했다고 직원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국책은행 직원들이 처한 상황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기업은행이 코로나19 관련 금융 지원으로 많아진 업무량을 제한된 인원으로 해결하고 있다. 직원들은 중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출 지원부터 정부 보증업무 지원까지 겸업하고 있고, 본래 업무를 뒤로 미루고 현장 업무를 지원하는 본사 직원들도 있다. 직원 10명 중 1명은 지원업무만 하는 임금피크제에 돌입하게 되면서 신규 인력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19일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작년 기업은행이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출 지원액은 총 19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대출은 지난 2019년 162조7000억원에서 작년에 186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저금리 특별대출은 2019년 1조8051억원에서 작년 7조8064억원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대출 규모를 10조원 늘려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직원들은 신용대출 공급뿐만 아니라 신용보증재단과 신용보증기금 등 정부 보증기관에서 발급하는 보증서 대출 업무도 지원하면서 업무량이 늘어나게 됐다.

기업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보증서 심사와 자금공급 업무를 함께 하며 업무량이 많이 늘었다"며 "중소기업자금대출 기간은 1년인데, 올해는 대출 기간 연장에 대한 심사 업무도 예정돼 있어 업무량은 계속 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행은 업무 효율화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5일부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초저금리 특별대출 기간 연장 신청을 위한 비대면 기간연장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추진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조직문화 및 일하는 방식 혁신'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일하는 방식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합한지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업무 부담을 줄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은행 본점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 일부는 업무 지원을 위해 영업 현장에 파견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작년과 올해 업무가 급증하면서 본부 직원들이 TF(테스크 포스)를 구성해 영업 현장에 나가 지원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본부 업무는 멈춘 상태에서 현장 업무를 돕고 있고,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대출 연장 안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공급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인력 운용이나 인력 증원 측면에서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임금피크제에 들어서는 직원도 늘어나고 있어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원이 점차 줄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기업은행 전체 임직원 수는 1만3000여명인데, 이 중 857명이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인력이다. 임금피크 인원은 올해 말 1003명에서 내년 1040명, 2023년 1033명으로 늘어 전체 인원의 10%를 차지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임금피크제 직원을 영업점 감사와 준법 지원, 리스크관리 등 본점 내부통제 부서에 주로 배치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영업점 내부통제 업무도 담당하게 할 방침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임금피크 인력이 핵심 업무를 떠나 있는 만큼 효율적 인력 운용을 위해 희망퇴직 비용을 늘려 원활한 세대 교체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은 부담대로 있으면서 추가적인 인원 증원도 어려워 조직 경쟁력이 비효율화되는 문제가 있다"며 "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자율적인 인력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책은행 정원과 명예퇴직 비용 등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명예퇴직 제도를 특정 기관에만 달리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명예퇴직 제도를 특정 기관만 수정애 적용하는 것은 다른 공공기관과 형평성 문제가 존재한다"며 "국책은행 상황을 고려해 이들의 퇴직금만 높여주는 것은 국민여론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어 신중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