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만 합의 '부동산 특검'… 여야, 대상·범위 두고 기싸움
큰 틀만 합의 '부동산 특검'… 여야, 대상·범위 두고 기싸움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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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오세훈·박형준 연일 부각… 이전 정부 포함 시도
국민의힘 "국조 동시 추진해야"… 文 정부 실태고발 집중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왼쪽부터),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최형두 원내대변인이 17일 국회 의안과에 '문재인 정부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왼쪽부터),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최형두 원내대변인이 17일 국회 의안과에 '문재인 정부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사전투기 사태와 관련해 여야가 '특별검사(특검) 도입'이란 큰 틀에선 합의했지만, 수사 대상·범위 등을 두고 이견이 있을 공산이 커 최종 협상까진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총괄수석부대표와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17일 국회에서 만나 특검과 국정조사, 국회의원 부동산 전주조사 등의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다.

이번 특검이 출범하면 역대 14번째이지만, 여야는 특검 수사 범위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 대상을 3기 신도시에 국한하지 말고, 시기·지역을 모두 대폭 늘리자는 입장이다. 이같이 피력한 이유는 공세 대상을 야당으로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현재 민주당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서울 내곡동 땅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각하는 동시에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엘시티 투기 의혹을 연일 부각시키고 있다. LH 사태로 주도권이 흔들리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역공으로 민심 재확보에 나서려는 의도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사실상 '물타기'라는 것이다.

같은 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적폐청산'을 언급했던 것에 대해 "적폐청산은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랜 기간 쌓인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가 3기 신도시 택지지구 지정 5년 전인 2013년 12월 이후의 거래 내역을 조사대상으로 삼자 일각에서 '전임 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조사'라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요구한 특검을 수용한 만큼 국정조사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해 현 정부 부정부패 실태를 낱낱이 드러내겠단 의도다.

경찰은 현재 LH에 이어 상급 기관인 국토부까지 압수수색하고 나섰지만, 여권이 경찰 공권력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신뢰할 수 없단 입장이다. 야권 일각에선 여전히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정부는 이번 수사에서 검찰을 사실상 배제했지만, 특검이 출범하면 파견 검사를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특검은 15년 이상 경력을 지닌 법조인 가운데 임명하는데, 통상 검사와 수사관 등이 파견된다.

앞서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사를 합수본이 아닌 정부 합동조사단에만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수사권 조정 원칙에 따라 검찰에게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에 현직 검사를 파견하면, 결국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상황이 온다. 수사권 조정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 이미 LH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해 약 700명의 인원으로 합수본을 구성한 상황에서 다른 수사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옥상옥'이란 지적도 있다. 나아가 특검 출범은 이번 정부의 검찰개혁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국민의 큰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데, 정부가 전수조사와 함께 특검을 도입해도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기본적으로 주택 정책 자체를 해결할 정도가 되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검이 국회 문턱을 넘어도 수사는 4·7 재·보궐 선거 이후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가 시작되면 사실상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연말까지 땅 투기 문제가 정쟁 사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특검을 둔 여야 설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