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환경차 생산 갈등, 이제 시작이다
[기자수첩] 친환경차 생산 갈등, 이제 시작이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3.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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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자동차 생산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본격화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의 생산라인 투입 인원 수(Man Hour, 이하 맨아워)를 두고 협의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순수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은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약 20∼30% 적다. 엔진과 변속기 등 일부 부품이 필요 없어서다. 이에 따라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근로자 수도 줄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차 노사는 지난 10일 밤샘 회의 끝에 맨아워 합의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합의안에는 울산1공장의 아이오닉5 생산 라인에 투입하는 인원이 기존 라인보다 줄면서 남은 인원을 다른 생산라인에 배치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앞으로 순수전기차종의 생산 확대로 이 같은 갈등은 되풀이될 수 있다. 또 현대차 외에도 기아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서도 이 같은 노사 갈등은 연이어 나타날 수 있다.

기아는 이달 말 첫 전용 전기차 ‘EV6’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제네시스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순수전기차 ‘JW(프로젝트명)’을 올해 안에 공개한다.

이에 따라 친환경차 생산에서 맨아워를 둘러싼 노사 갈등의 확산은 머지않아 보인다.

앞서 노사는 이를 두고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19년 울산공장에서 특별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친환경차 확산 추세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제조공정에서 인원 감소 문제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노동조합과 만나 생산성·향상, 고용 안정 등 발전적인 노사 관계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노사는 정작 실제 순수전기차 생산이 본격화하자 갈등이 불거졌다.

이제 노사는 논의나 합심을 다짐하는 수준에서 그치면 안 된다. 당장 내일이라도 생산하는 것처럼 노사 이견을 조기에 드러내고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친환경차 생산 관련 맨아워 갈등은 단지 친환경차의 부품 수 문제만 아닐 수 있다. 조금 더 먼 미래에는 더 많은 로봇이 투입돼 근로자들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인수에 나섰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사업을 본격화한다. 또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 시너지를 예상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입지는 공장 자동화 가속화로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완성차 업계 노사는 친환경차 생산 확대에 따른 논의를 선제적이고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