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절벽 ①] 남양유업, 이유식·건기식 쥐고 출구 찾기 분주
[우유절벽 ①] 남양유업, 이유식·건기식 쥐고 출구 찾기 분주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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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단체급식 타격, 11년 만에 매출 1조원 깨져
영유아 맞춤형 식단 '케어비' 2만명 가입 호응에 자신감
기능성 발효유 '이너케어' 출시…단백질시장 진출도 검토
남양유업 나주사옥. (제공=남양유업)
남양유업 나주사옥. (제공=남양유업)

남양유업(대표 이광범)은 우유 소비정체가 지속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매출은 1조원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부턴 오랫동안 쌓은 유가공 노하우와 영유아 전문 식품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발판 삼아 이유식 정기구독 서비스 강화와 발효유를 앞세운 건강기능식품 진출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11년 만에 매출 1조원 밑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남양은 지난 2009년 매출 1조원을 처음으로 달성한 이후 2019년까지 10년간 꾸준히 1조 클럽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 위축과 단체급식 중단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으며, 연결기준 누계 953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손실만 764억원에 이른다. 학교 급식우유 납품에서의 매출 손실이 주된 이유다. 

남양유업은 그간 국내 단체급식 우유시장에서 35%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당시 급식우유 매출은 454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1/4 수준으로 급격히 줄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급식우유 매출을 5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우유급식 중단으로 재고 부담이 계속 커졌다”며 “이를 처리하기 위한 판촉비용이 불어나고, 재고자산의 평가충당금 설정이 비용 증가로 이어지면서 손실이 컸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의 대표 제품으로는 우유인 ‘맛있는우유 GT’와 ‘아인슈타인’, 분유 ‘XO World Class’와 ‘아이엠마더’, 발효유 ‘불가리스’, 커피류 ‘프렌치카페’와 ‘루카스나인’, 음료인 ‘17차(茶)’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우유와 분유류는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흰우유를 중심으로 국내 우유소비가 전반적으로 정체되다보니, 이를 주력으로 하는 남양유업의 실적 역시 코로나19 이전에도 별다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실제, 최근 3년간 매출액은 2017년 1조1670억원, 2018년 1조795억원, 2019년 1조308억원으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남양유업으로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남양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유아식품 제조 노하우를 근간으로 지난해 업계 처음으로 신선이유식 정기구독 서비스 ‘케어비(CareB)’를 선보였다. 한국영양학회와 공동 개발한 레시피와 식단을 바탕으로, 400여개의 이유식 메뉴와 100여개의 영양반찬을 내놓으며 ‘맞춤형 신선 이유식 서비스’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특히, 사전에 아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이를 보충해주는 식단이라는 점을 집중 강조했다. 이유식 최초의 HPP(초고압 살균기) 도입과 HACCP 인증 등의 철저한 안전성·위생 관리로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한편, 전문 배송원의 새벽배송을 통해 편의성을 배가했다. 

결과적으로, 남양유업의 이러한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케어비는 지난해 3월 론칭 이후 가입자 수 2만여명을 넘었다. 남양 관계자는 “경쟁사와 비교해 메뉴 중복이 적고, 아이의 밥태기(밥과 권태기)를 극복했다는 소비자 의견이 많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신규 가입은 물론 재구매율도 꾸준히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남양유업의 신선이유식 정기구독 서비스 '케어비' (제공=남양유업)
남양유업의 신선이유식 정기구독 서비스 '케어비' (제공=남양유업)
남양유업의 기능성 발효유 ‘이너케어’ 3종. (제공=남양유업)
남양유업의 기능성 발효유 ‘이너케어’ 3종. (제공=남양유업)

남양유업은 케어비를 핵심 신사업으로 쥐고 올해엔 인지도 제고와 관련시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에 나선다. 기존의 이유식과 영양반찬뿐만 아니라, 밥·국 등 영유아 전용 신제품을 추가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도 더욱 넓힐 방침이다. 

남양유업은 이와 함께 기능성 발효유를 앞세워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앞서 2월 제4세대 유산균으로 불리는 ‘포스트바이오틱스’ 기술이 적용된 건기식 발효유 ‘포스트바이오틱스 이너케어’ 3종(간·장·위 프로텍트)을 출시했다. 남양유업의 이너케어는 제약회사 녹십자웰빙과 3년간의 공동연구로 개발된 결과물이다. 

주성분인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신체 내 유익균이 먹이를 먹고 난 후 만들어진 최종대사물이다. 유해균을 직접 사멸시켜 장내 환경을 유해균보다 유익균이 많은 상태로 만들어준다. 위산과 담즙산으로 사멸하지 않기 때문에 곧바로 간이나 심장, 세포 등으로 전달돼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신선이유식 배달과 건기식 뿐만 아니라, 단백질을 근간으로 하는 성인영양식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르면 연내 새로운 성인영양식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겠단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우유와 분유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도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단 구상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핵심 상품군의 브랜드 경쟁력은 더욱 강화하면서도 신선 이유식과 건강기능식품, 단백질식품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