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나간 aT, '살충제 녹두' 뒤늦게 회수…책임도 뒷전
혼 나간 aT, '살충제 녹두' 뒤늦게 회수…책임도 뒷전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3.0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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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무역 수입 미얀마산 녹두, 잔류농약 '티아메톡삼' 기준치 4배 검출
유통 7개월 뒤에야 확인, 물량만 500t…정보 '깜깜' 소비자 불신만 키워
폐기처분으로 국민세금 6억원 증발에도 별도 책임소재 가리지 않아
신임사장 임명 수순…"책임 갖고 안전성 검증 강화 등 재발방지 노력"
aT 나주 본사. (제공=aT)
aT 나주 본사. (제공=aT)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보다 4배가량 초과한 수입산 녹두가 시중에 대량 유통·판매된지 7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확인돼 후폭풍이 예상된다. 해당 녹두에 대한 폐기 조치는 이뤄지고 있지만, 이미 많은 시일이 지나 정확한 추적이 어려워지면서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폐기 처분될 녹두 수입금액은 6억원어치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를 수입한 준정부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이병호, 이하 aT)는 별도의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고 있어 ‘혈세 낭비’는 물론, 소비자 신뢰 면에서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aT는 신임 사장이 곧 임명되는 가운데, 해당 녹두의 신속한 회수 조치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된 미얀마산 녹두(씨앗, 건조)에서 살충제 성분이 들어간 농약제품 ‘티아메톡삼’이 잔류농약 기준치(킬로그램당 0.01밀리그램)의 4배가 초과 검출된 것이 확인돼 회수 조치가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앞서 지난달 25일 해당 녹두를 판매 중단하고, 수입 주체인 aT가 회수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미얀마산 녹두는 준정부기관인 aT가 국영무역을 통해 수입했다. 물량은 500톤(t) 가량이다. 미얀마로부터 포장 선적일은 2020년 3월20일이다. aT는 WTO(세계무역기구) TRQ(저율관세할당물량)를 통해 공매입찰 참가자격이 있는 등록업체들에게 미얀마산 녹두 500t을 판매했다. 해당 물량을 구매한 업체는 전국 91개사다.  

본지 취재 결과, 해당 녹두는 지난해 8월부터 국내에 유통됐다. 주로 숙주나물로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과 마트, 슈퍼마켓 등지로 판매됐다. 일부는 가공·식자재용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한 업체인 경기도 시흥 소재의 대한민곡이라는 업체가 소분 판매한 깐 녹두 제품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의 샘플링(무작위) 검사를 통해 티아메톡삼 기준치(㎏당 0.01㎎)의 4배가 초과 검출된 것으로 최근 드러났고, 식약처는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티아메톡삼은 니코틴계의 신경 자극성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이 들어간 농약이다. 주로 꿀벌과 같은 곤충류에 약효가 크지만, 사람에게도 유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선 지난 2018년 티아메톡삼을 포함해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이 들어간 5종 농약에 대해 높은 위해성을 들어 퇴출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해당 농약의 살충제 성분이 식물 수분을 담당하는 꿀벌 개체 수 급감의 주요원인으로 봤기 때문이다. 

aT는 부랴부랴 판매업체 91개사에게 잔류농약 검출 안내와 회수가능 물량 파악, 반품·환불 처리 후 전량 폐기 조치를 안내하고 있지만, 전국 각지로 유통된 지 7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사실상 추적과 물량 회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판매업체 정보 공개도 되지 않고 있다. 관련 소비자 보상에 대비한 방안 역시 아직까진 없다. 

aT 관계자는 “회수물량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판매업체 리스트는 규정상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공개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된 지 반년이 넘었다면, 가정용이나 식자재용으로 대부분 소진된 것이라 사실상 회수·폐기는 못한다고 봐야 한다”며 “해당 제품이 국민 건강에 위해성을 가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소비자 알 권리 차원에서 업체 리스트와 판매지역 유통 경로 등을 가능한 수준까지 신속히 파악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T의 당시 국영무역 낙찰단가는 1t당 1093달러다. 국내에 유통된 미얀마산 녹두 500t은 금액으로 환산 시 6억2000여만원어치가 넘는다. 폐기 조치를 감안하면, 6억원 이상의 국민 세금은 버려진 셈이 된다.

국내 91개사에 판매된 미얀마산 녹두 가격은 킬로그램(㎏)당 3645원으로, 500t 물량으로 환산하면 18억원어치가 넘는다. 

aT가 국영무역을 통해 수입한 미얀마산 녹두 40㎏ 포대. 이 녹두는 통관 당시엔 잔류농약 검사에 이상이 없었으나, 유통된 이후 최근 샘플링 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들어간 농약제품 티아메톡삼의 잔류농약 기준치가 4배 초과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제공=식약처)
aT가 국영무역을 통해 수입한 미얀마산 녹두 40㎏ 포대. 이 녹두는 통관 당시엔 잔류농약 검사에 이상이 없었으나, 유통된 이후 최근 샘플링 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들어간 농약제품 티아메톡삼의 잔류농약 기준치가 4배 초과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제공=식약처)

상황은 이렇지만, aT 내부적으론 별도의 책임소재를 가리지 않고 있다. 안전성 검사를 담당하는 식약처도 마찬가지다.

잔류농약 검사는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서류검사와 정밀검사, 눈으로 보는 관능검사로 진행된다. 이번 미얀마산 녹두는 식약처가 지정한 분석기관을 통해 서류검사로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그간 수입된 해당 품목에 별다른 부적합 이력이 없을 경우, 서류검사로 통관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aT 관계자는 “모든 농산물을 일일이 전수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식약처에서 통과·승인을 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수입을 한 것”이라며 책임소재에 대해선 말끝을 흐렸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린 당시 통관에 이상이 없다는 검사필증을 내준 것뿐이지, 수만 가지 모든 검사를 해서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한 발 뺐다. 

기준치 이상 농약이 검출된 녹두 안전성에 대해선 aT와 식약처 모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확신은 없었다.

식약처 고시에 따른 PLS(농약허용기준강화) 시행과 농약잔류허용기준에 따르면, 쌀과 같은 식량작물과 딸기·포도 등의 신선농산물을 포함한 74개 품목은 티아메톡삼에 대한 기준치가 설정됐다. 녹두는 별도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일률기준인 0.01㎎이 적용되고 있다. 

aT 관계자는 “대두·메밀 등 다른 두류 품목은 티아메톡삼 기준치가 녹두보다 더 많은 0.05~1.00㎎ 사이, 상추는 15.0㎎으로 제각각 다르다”며 “녹두는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보니 그런 것이지 인체에 큰 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유해기준치 설정은 평생 섭취를 전제로 먹는 빈도 등 다양한 면을 따져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는다”며 “일회성 섭취로 (건강에) 큰 해가 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T는 최근 5년간(2016~2020) 국영무역을 통해 미얀마산 녹두를 1만340t를 수입했다. 올해엔 3000t가량의 녹두 수입을 계획했다. 이 중 절반인 1500t(미얀마 1000t, 중국 500t)은 경쟁 입찰로 구매 계약자를 체결한 후 이달에 도입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곧 임명될 aT 신임 사장은 국영무역으로 수입된 농산물의 안전성 관리와 국내 유통체계 전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aT는 국내 농축수산물의 유통·수급 전반을 관할하는 정부기관”이라며 “특히, 국민 먹거리 기본권에 대한 공적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aT 신임사장은 이 점을 더욱 유념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aT는 수입농산물의 안전성 확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단 방침이다. 

aT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 책임을 갖고, 구매부터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며 해당 녹두를 최대한 회수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후속적으론 안전성 검증 강화 등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